정치 대통령실

'바다 한가운데서 월북?' 軍 발표 두고 논란 확산

유가족 "월북 단정한 이유 뭐냐"

軍, 발견 후 6시간 무대응 논란도

안영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연평도 인근 실종 공무원의 북한 피격사건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연합뉴스안영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연평도 인근 실종 공무원의 북한 피격사건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북한이 서해 연평도 인근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A(47)씨를 북측 해상에서 사살한 뒤 기름을 부어 불태우는 만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돼 우리 정부가 이를 강력히 규탄했다. 북한이 남측 민간인을 잔인하게 살해해 남북관계에 상당한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군 당국이 밝힌 A씨의 ‘월북 의사’와 피격 때까지 군의 대응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우리 군은 A씨가 북한 측에 발견된 후 22시간 만에 이를 공식 발표해 늑장대응이라는 비판도 나오는 상황이다.

A씨의 유가족은 24일 “월북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군 당국의 발표에 의혹을 제기했다. A씨가 실종된 해상에서 북한 해역까지의 거리는 직선으로도 20여㎞ 에 달해 월북 시도에 한계가 있다. 또 인천 해양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편지 등 월북 징후를 남기지 않았다. 군이 여러 정황을 고려했다고 밝혔으나 섣불리 ‘월북’으로 단정했을 경우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데 더해 명예까지 훼손하는 문제가 불거진다.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가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가 인천광역시 옹진군 연평도 해상에 정박해 있다. 군은 24일 “A씨가 북한에 의해 피격되고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라 시신까지 훼손됐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가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가 인천광역시 옹진군 연평도 해상에 정박해 있다. 군은 24일 “A씨가 북한에 의해 피격되고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라 시신까지 훼손됐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21일 어업지도선에서 실종된 A씨는 실종신고 접수 하루 뒤인 22일 오후3시30분께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에서 최초로 발견됐다. 군 당국은 북측이 A씨로부터 월북 진술을 들은 정황을 포착했으며 그로부터 6시간 정도 지난 오후9시40분께 북한군이 단속정을 타고 와 A씨에게 총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후10시11분께 북측이 A씨의 시신에 기름을 부어 태운 정황이 우리 측에 포착됐다. 군 당국은 A씨가 자진 월북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히면서 이같이 판단한 근거는 ‘정황과 첩보’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충격적인 사건으로 매우 유감스럽다”면서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북한 당국은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이가 둘이나 있는 공무원 가장 A씨의 죽음에 대해 군 당국이 ‘월북 중 사살’로 단정한 이유는 무엇인지가 여전히 명확하지 않아 이를 둘러싼 파장이 커지고 있다. A씨의 유가족은 “월북이라는 단어와 근거가 어디서 나왔는지, 왜 콕 집어 특정하는지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윤홍우·김정욱·김인엽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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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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