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를 상징하는 검은 터틀넥 니트와 리바이스 청바지는 실리콘밸리 괴짜들을 상징하는 교복이 됐다. 옷을 고르는 시간조차 아까워하는 이들이 의류를 선택하는 기준은 심플한 디자인과 편안함.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한 벤처캐피탈 행사 참석자 대부분이 신고 있었다는 보도가 나오며 주목받은 올버즈의 대표 스니커즈 ‘울 러너’는 제2의 실리콘밸리 교복으로 각광받고 있다.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도 즐겨 신는다는 울 러너는 합성 소재로 만든 기존 운동화와 달리 친환경 자연소재인 뉴질랜드산 메리노 울로 만든 것이 특징이다. 메리노 울은 머리카락 굵기의 20% 수준에 불과해 양털 특유의 까슬까슬함이 없이 뛰어난 통기성과 흡습성을 자랑한다.
울 러너의 가장 큰 장점은 미 타임지가 극찬한 ‘편안함’이다. 울로 만들어 신발 자체가 가벼웠고, 부드러운 울 소재가 발 전체를 포근하게 감싸안아 착용감이 뛰어났다. 양말 없이 신으면 금세 땀이 차고 찝찝함을 느끼는 합성소재 신발과 달리 맨발로 하루 종일 신고 다녀도 뽀송뽀송했다.
다만 울 소재다 보니 오염에 취약했다. 합성소재라면 물티슈로 쓱 닦을 구정물도 울 코트에 튄 것처럼 자국이 남았다. 한 번 신고 세탁소에 맡겨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깔창과 신발 끈을 분리해 세탁 망에 넣으면 세탁기를 이용해 세탁할 수 있다는 설명서가 떠올랐다. 일단 구정물이 튄 부분만 세탁하듯 비누로 문질러 물에 씻어봤다. 금세 얼룩이 사라졌다. 집에서 손쉽게 세탁할 수 있어 오히려 합성소재 신발보다 오염에 강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울 러너는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MZ(밀레니얼+Z)세대 취향도 저격한다. 가치 소비는 제품의 기획과 생산, 판매 과정 전반에서 지속 가능성, 동물 복지 등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울 러너는 깔창부터 신발 끈까지 자연 유래의 친환경 소재만 사용한다. 또 올버즈는 탄소 중립 10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로 탄소 펀드를 만들어 스스로 탄소세도 부과하고 있다. 이같은 취지에 반해 할리우드 스타 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도 올버즈에 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