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인상 등 정부의 규제 강화 기조 속 일부 지역에서 법인 매물이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같은 매물 출연에도 가격은 견고한 모습이다. 세종의 경우 법인 매물을 수요자가 흡수하면서 가격이 오르는 양상마저 나오고 있다. 법인 발 매물이 하락장을 이끌 수 있을 지 의견이 맞서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8월 수원 권선구에서 법인이 개인에게 매도한 아파트 건수는 총 199건으로 전체 거래 비중의 27.5%를 차지했다. 지난 6월(9.4%)와 7월(22.3%)에 이어 꾸준한 상승세다. 송도국제도시가 위치한 인천 연수구 또한 지난 8월 법인이 개인에게 매도한 아파트 거래의 비중이 22.4%에 달했다. 안산 단원구도 같은 기간 이 같은 거래 비중이 13.3%를 차지했다.
해당 지역들은 수도권에서 올해 초 급격한 아파트 가격 상승세와 함께 법인의 아파트 매수 건수가 급격히 증가했던 대표적인 지역들이다. 올 상반기(1~6월) 수원 권선구와 인천 연수구의 개인→법인 아파트 거래 비중은 전체 거래 가운데 각각 10.0%, 9.5%에 달했다. 안산 단원구 또한 같은 기간 7.9%에 달했다.
이들 지역에서 법인매도물량이 급격히 늘어난 이유는 정부가 지난 7·10 대책을 통해 법인의 주택 보유 및 거래에 중과세를 시행했기 때문이다. 급격한 세 부담을 견디지 못한 법인들이 과거 투자용으로 매수했던 아파트들을 대거 매물로 내놓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법인이 내놓은 급매물 출현에 일부 지역에서는 아파트 가격이 보합세를 보이고 있지만 가격 하락까지는 견인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원 권선구 아파트값은 지난달 0.68% 상승했다. 같은 기간 안산 단원구는 0.41% 인천 연수구는 0.13% 상승했다.
지방은 세종시가 대표적이다. 지난 8월 세종시에서 법인이 개인에게 매도한 아파트 건수가 전체 거래 건수의 절반 가량인 42.7%를 차지했다. 법인 거래가 상당수를 차지했지만 세종시 아파트값은 지난 7월과 8월 각각 6.53%, 9.20% 오르며 급등세를 보였다. 보유세 등에 부담을 느낀 법인들이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상당수가 기존보다 가격이 크게 오른 ‘신고가’ 거래에 가까운 셈이다.
하지만 법인이 내놓는 물량 대다수가 전세를 낀, 이른바 ‘갭투자’ 물량인 만큼 매수세가 쉽게 붙지 않는 모습이다. 정부가 각종 규제로 다주택자를 옥죈데다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세입자-집주인 간 갈등이 심화하면서 매수자들이 전세 낀 매물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주인 거주’ 또는 ‘즉시 입주’가 가능한 매물들은 신고가를 기록하는 모습이다. 이들 매물은 전세를 낀 매물들과 비교하면 적게는 1,000만원 많게는 1억원 넘게 호가 차이가 나고 있다.
이런 상황 속 아직 법인 매도 물량이 많이 쌓여있는 만큼 본격적인 하락이 시작될 수 있다는 의견과 ‘즉시 입주 가능’ 매물을 중심으로 신고가가 여전히 나오고 있는 만큼 하락장이 시작되지는 않으리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다. 한편 취득세율 강화 규제 등으로 법인의 아파트 매수 건수는 지난 8월 급감했다. 전국 아파트 거래(5만9,429건) 가운데 법인이 아파트를 매수 건수는 총 1,164건으로 전체 거래의 2.1%를 차지하는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