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장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건축에서 이야기하는 도편수의 역할과 같습니다. 사람과 환경을 최우선으로 두는 창의행정으로 종로구를 명실상부한 ‘사람 중심 도시’로 만들어나가겠습니다.”
김영종 서울 종로구청장은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조성된 서울 종로구 창신동 산마루놀이터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종로구는 서울 자치구 중 인구가 두 번째로 적고 도심이라는 특성 탓에 개발에도 많은 제약을 받고 있지만 ‘작은 것부터 천천히, 그러나 제대로’라는 구정 철학 아래 전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지난 2010년부터 내리 3선에 성공하며 11년째 종로구정을 이끌고 있는 김 구청장은 선출직 기관장으로는 이례적인 건축사 출신이다. 종로구에 30년 넘게 거주하면서 건축사와 구청장의 역할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출사표를 던졌다. 조선시대 후기 건축공사를 총괄하던 도편수가 오늘날 지방자치단체장의 업무와 가장 닮아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김 구청장은 “도편수는 장인정신을 갖고 건물을 지으면서 미래에도 변하지 않는 기초공사를 무엇보다 중시했다”며 “건축은 사람의 생활과 문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함부로 바꿔서는 안 되고 늘 신중해야 하는데 이는 지자체장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라고 말했다.
김 구청장이 취임 이후 가장 공을 들인 분야는 ‘아동친화도시’를 만드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즐거운 도시야말로 모든 구민이 행복한 도시’라는 그의 철학이 반영됐다. 지난해 5월 창신동에 문을 연 친환경 어린이놀이터인 산마루놀이터는 그렇게 탄생했다.
산마루놀이터는 설계단계부터 기존 놀이터와 출발을 달리했다. 창신동에 봉제공장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내부에 골무모양의 정글짐을 넣되 인공적인 놀이시설을 일체 배제했다. 야외에는 모래놀이터와 황토바닥을 만들어 아이들이 숨바꼭질, 곤충놀이, 뒹굴기 등을 하며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했다. 산마루놀이터는 건축미와 공간미, 활용성 등에서 골고루 높은 평가를 받아 지난해 ‘대한민국 국토대전’에서 공공디자인부문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김 구청장은 “산마루놀이터를 만들기 전에 아이들에게 놀이터에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 물었더니 바로 화장실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며 “예산을 많이 들이면 얼마든지 그럴 듯한 놀이터를 만들 수 있지만 산마루놀이터는 창의행정을 통해 적은 예산으로도 훌륭한 공공시설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적극행정을 통한 예산 확보도 김 구청장이 내세우는 대표적인 성과 중 하나다. 종로구는 지난해 서울시와 공동협력 사업과 대외기관 공모에 나서 188건의 실적을 올렸다. 이를 통해 전년 대비 145억원이 늘어난 225억5,300만원의 예산을 추가로 확보했다. 대다수의 지자체들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주요 현안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에 비춰보면 단연 돋보이는 성과다.
지난 2012년 개관한 종로장애인복지관은 민관협력 사업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종로에는 서울맹학교와 서울농학교가 있었지만 제대로 된 장애인복지관이 없어 구민들이 불편이 적지 않았다. 김 구청장은 구에서 부지를 마련하되 건축비는 비영리공익재단이 부담하는 방안을 추진해 눈길을 끌었다. 각계각층에서 건축비 모금이 이어지면서 기부자 3,143명이 75억여원을 기부해 단기간에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연간 11만명이 이용하는 종로장애인복지관은 푸르메재단이 종로구청에 기부채납해 20년 동안 위탁운영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는 관에서 주도하던 사업모델에서 탈피해 민관이 협력해 복지관을 건립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종로구의 창의행정은 대외적인 수상실적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해에만 대한민국 국토대전을 비롯 ‘다산 목민대상’과 ‘대한민국 도시대상’에서 잇따라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이어 한국표준협회가 주관하는 행정서비스 품질조사에서도 서울·경기 41개 지자체 중 1위를 차지했다.
올해 들어서도 종로구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주관한 ‘민선 7기 기초단체장 공약이행 및 정보공개 평가’에서 최우수등급을 획득했다. 통계개발원이 주관하는 ‘한국의 삶의 질과 청년층의 삶의 질’ 평가에서도 종로구는 지역별 국민행복지수 1위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돈의동에서 추진하는 새뜰마을사업이 ‘대한민국 지방자치경영대전’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김 구청장은 “종로구는 수도 서울의 심장이자 역사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곳”이라며 “앞으로도 적극적인 창의행정을 통해 종로를 한국을 대표하는 명품 도시로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