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등 사건관계인 조사·수사과정에서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국 경찰서에서 시행하고 있는 진술녹음제도가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천안시을)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국 경찰청·경찰서의 진술녹음제 실시율은 평균 0.7%수준에 불과했다. 총 조서작성건수 102만 6,682건 대비 진술녹음건수는 7,339건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진술녹음은 피의자, 피해자, 참고인 등 모든 사건관계인이 동의하는 경우 조서 작성 시작부터 완성까지 전 과정을 녹음하는 제도다. 경찰청이 수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것으로 2019년 12월 26일부터 전국 경찰관서에서 시행하고 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진술녹음제 도입 직후인 1월에는 전국 평균 실시율이 1.1%였으나 2월부터 6월까지 0.6%~0.7%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역별로는 광주 1.3%, 인천 1.2%, 울산·전북이 1%, 경기북부 0.9%, 서울·경기남부·전남·충남이 0.8%다. 가장 실시율이 낮은 지역은 0.2%인 경남이었다. 진술녹음제를 시범 실시할 때는 실시율이 두자릿수에 달했는데 공식 도입된 후에는 평균 1%에도 못 미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경찰은 ‘진술녹음 업무처리 지침’에 따라 조서 작성 시작 전 ‘진술녹음 고지·동의 확인서’를 사건관계인에게 교부하고 동의 여부를 확인해야 하지만 이 절차도 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이 전국 18개 지방경찰청의 경찰서 한 곳씩을 임의로 추출해 진술녹음 고지·동의 확인서 여부를 확인한 결과 218건의 조서 건수 중 183건의 확인서만 존재했다.
경찰청은 진술녹음제를 도입하기 위해 2017년 700만 원, 2018년 1,470만 원, 2019년 7억 9,100만 원, 2020년 1억 8,600만 원 예산을 편성해 관련 장비 구입 등에 지금까지 9억 9,870만 원을 사용했다. 내년도 예산안에도 2억 2,800만 원이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완주 의원은 “진술녹음은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인권 침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라며 “경찰청 내부 지침으로만 운영되는 진술녹음제에 대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경찰이 지침을 철저히 지킬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