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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로 조정장 대처하는 법] ① 공시 매뉴얼 베스트셀러 출판 비하인드 스토리

기업 인수합병 실무 15년 경력의 저자와 도서 출판 실무 15년 경력의 편집자가 만나 한 권의 책을 내놓았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말을 되풀이하기엔 아쉬울 게 없던 이들은, 미지의 영역을 쉬운 언어로 풀어내는 모험을 택했다. 이들은 『주가 급등 사유 없음』이란 책 속에 국내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던 실전 주식 공시 매뉴얼을 담아냈다. 이 책으로 단 한 명의 개인투자자라도 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서.

서점가는 바로 반응했다. 출간한 지 두 달도 되지 않아 경제경영 분야 10위로 올라선 베스트셀러라는 띠지가 둘렸다. 책 내용이 전자공시에 한정되어 있어 확산에 한계가 있을 거라는 업계의 선입견이 무색해질 정도였다. 장지웅 저자는 그렇게 업계의 선입견을 깼고, '공시 해부도'로 투자자들의 편견을 깨나가는 중이다. 편집팀은 이 책을 기획한 진심이 통했다며 미소 지었다.


필자는 어려운 공시 매뉴얼을 쉬운 투자자의 언어로 담아낸 편집자들의 이야기를 3회에 걸쳐 연재하기로 했다. 이들의 손을 거친 책마다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비결도 듣고 싶었다. 책에 담지 못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기 위해 여의도에 있는 이상미디랩 출판사를 찾았다.

<사진= 왼쪽부터 이상혁 출판팀장, 이종찬 편집장 / 이상미디랩 제공><사진= 왼쪽부터 이상혁 출판팀장, 이종찬 편집장 / 이상미디랩 제공>



Q. 신간 ‘주가 급등 사유 없음’이 베스트셀러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상혁 출판 팀장(이하 이 팀장) : 책은 텍스트를 초월할 수 없습니다. 주식도 펀더멘탈이 좋은 상태에서 모멘텀이 생기면 주가가 올라가듯, 책의 펀더멘탈은 결국 탄탄한 내용이죠. 『주가 급등 사유 없음』 역시 M&A 전문가였던 저자가 현장에서 쌓았던 ‘돈 되는 정보’라는 펀더멘탈에, 공시로 급등주를 찾는다는 모멘텀이 더해져 출간 후 판매량 그래프가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습니다. 콘텐츠의 힘이 담보된 상태에서 좋은 편집과 빼어난 디자인을 입히는 것이 바로 출간 도서가 베스트셀러까지 갈 수 있는 기본이자 비법이라고 볼 수 있죠.

편집자는, 전문성 있는 저자만이 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이야기를 책에 담고 싶어 합니다. 장지웅 저자는 일반 독자들에겐 생소한 인물이지만, M&A 업계 사람들 사이에는 꽤 알려진 인물이었죠. M&A 업계를 떠난 지금도 세계 최대 회계·컨설팅 그룹사의 한국 회원사인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에서 해외투자 부문의 최종 자문을 구할 정도이니까요. 저희 출판사에서 작년에 출간하여 스테디셀러를 기록 중인 『주식차트 절대비기 300선』 또한 대한민국 내로라 하는 차티스트인 이상우 저자의 17년 투자 비기를 집대성한 책이라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종찬 편집장(이하 이 편집장) : “이거를 몰라서 당하는 거다”라고 장지웅 저자가 계속 말했어요. 투자자분들이 종목에 들어갈 때와 빠질 때를 잘 모르는 거죠. 교통 신호등에 비유해보죠. 우리가 빨간불인데 서지 않고 가면 사고 나잖아요. 그런데 투자자들은 지금 저 신호등이 빨간불인지 녹색불인지를 몰라서 종목에 섣불리 들어갔다가 물려버려서 돈을 잃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는 매수, 매도 타이밍을 신호등처럼 알려주면서 그 이유를 공시로 설명합니다. “이때 들어가서 20%만 수익 내고 나오세요” 이런 식으로 말해주거든요. ‘적어도 몰라서 당하는 일은 없게끔 하자’가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주식 투자자분들이 이 책을 바로 실전에 적용해서 활용하실 수 있게끔 책의 실용성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부었습니다. 독자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실제 주식 차트에 공시를 겹쳐놓는 내용 구성으로 어렵다고만 느껴지는 공시에 대한 심리적 문턱을 낮추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Q. 구체적인 책 편집 이야기로 들어가 볼까요. 책에서 가장 공들인 부분은 어느 부분이었나요? 편집자로서 중점을 두었던 원칙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이 팀장 : 쉽게, 단순하게, 그리고 바르게 담아내자는 게 저희의 출판 원칙입니다. 첫째로 쉽게 표현하는 게 중요했어요. 그래서 목차를 여러 번 엎고 다시 썼습니다. 공시에 등장하는 어휘를 그대로 썼던 첫 번째 목차 안은 반려되었죠. 왜냐하면 일차원적인 접근이니까요. 목차만 보더라도 투자자들의 피부에 와닿고 공감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게 저희의 과제였습니다.

예를 들어 책의 2번째 장을 보시면 “차트는 예술이었는데”라는 목차 제목이 있어요. 이 표현이 주로 언제 쓰이냐면요, 투자자들이 차트가 정배열되어 있고 좋은 타이밍이라 여겨 들어갔다가 주가가 갑자기 꺾이면서 물릴 때 보통 이렇게 말합니다. 주식 토론방 같은 커뮤니티 게시판에 “너무 아깝다. 난 분명히 차트 보고 확인했는데, 차트는 예술이었는데..”라고 하거든요. 투자자들의 일상적 언어, 피부에 와닿는 표현을 찾고 목차를 다듬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 편집장 : 시중에 공시에 대한 책이 별로 없었거니와, 개념 설명 위주의 책들이 대부분이라서 투자에 활용하기에는 어려워 보였어요. 무엇보다 너무 중립적인 관점에서 공시를 해석한 것이 문제였죠. 투자자 입장에서는 해당 공시의 영향이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 주가가 상승할 건지 하락할 건지 가치판단을 하기가 너무 어렵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주가 급등 사유 없음』을 통해, 어디까지나 독자의 몫이었던 그 ‘가치 판단’까지 해드리기로 했습니다. 공시를 보고 매수와 매도를 결정할 수 있도록요. 그러면서 시험 전날 외우는 요약집처럼 단순화시켰습니다.

또한, 소위 이야기하는 세력과 중소형주 투자에 대한 바른 이해를 돕기 위해서 원고를 원점에서 다시 쓰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책을 많이 팔아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기존 투자자들에게 익숙한 ‘세력’을 토대로 이야기를 풀어가 볼까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건 너무 잘못된 편견을 토대로 한다는 반대 의견이 있었어요. 정석대로 가자.

투자도 그래요. 단타를 죄악시하는 동시에 장기투자나 가치투자가 답이라고들 하죠. 그러나 정작 ‘박스피’ 안에서 단타를 더 많이 하는, 단타를 할 수밖에 없는 모순이 벌어지고 있죠. 그러한 현실에 편승하지 말고, 투자에 대한 바른 이해를 도와 ‘진짜 이야기’를 해보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Q. 장지웅 저자는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자 했나요? 저자가 강조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어요?


이 팀장 : 한마디로 ‘주가 부양 세력이 차린 밥상에 개미들은 숟가락만 얹었다가 빠지자’를 강조하셨어요. 자신의 그릇을 넘어서는 욕심을 부리지 말자는 거죠. 세력주에 들어가서 실패하는 이유는 결국 욕심 때문이거든요. 저자는 이 책에서 매번 강조하는 게 ‘절제’입니다. 주가 급등, 폭등 사례를 다루면서도, 한 번 크게 벌고 빠지자는 유혹에 빠지지 말라고 합니다. 오래도록 지속 가능한 투자자로서의 삶을 중요시하는 게 인상적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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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공시에 대한 내용을 다루면서 편집자 나름의 고충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어렵고 방대한 내용이잖아요.

이 편집장 : 출판 과정은 저자를 인터뷰하면서 관련 자료, 공시, 기업의 차트를 취합한 후 독자의 니즈에 맞게 재구성하는 작업이었습니다. 독자에게 어떻게 이 한 권을 통해서 큰 자금이 오가는 M&A 영역과 사모펀드 전략을 이해시키고 매수·매도 전략을 활용하게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어요. 그래서 가급적 이해가 필요 없는 것들은 단순 기술하는 ‘선택과 집중’을 했죠. 하지만 어떨 때는 내용을 쉽게 한다고 특정 부분을 빼버리면 전체 흐름이 끊겨버리거나 앞뒤 말이 안 맞는 경우가 생겨 어려운 적도 있었습니다.

제일 어려웠던 작업은 역시나 밸런스를 조절하는 일이었습니다. 코스닥에서 주식을 매매하시는 투자자분들 중에는 보이지 않는 세력을 쫓으면서 투자를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세력’이란, 자금력과 정보력, 네트워킹, 바이아웃(Buyout) 전략 등을 갖춘 투자 주체이기 때문에 때로는 외국인이 될 수 있고, 기관도 될 수 있고, 심지어 슈퍼개미가 될 수도 있죠. 다시 말해, 자본시장에서 허용하는 투자 전략과 자원을 가지고 시장에 참여하는 존재라는 겁니다. 이러한 투자 주체가 합법적으로 투자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급등의 패턴을 공시로 소개함으로써 주식 매매에 대한 실전적 테크닉을 배울 수 있도록 책 내용을 구성하고자 했습니다.

따라서 기존에 ‘상상하던’ 세력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오해를 풀어주면서 얼마만큼 정보를 공개할 것이며, 이에 따라 독자들은 얼마만큼 이해할 수 있을지 밸런스 조절에 대한 많은 회의가 있었어요. 이해를 돕는 과정이 지난하다고 해서 독자들이 기존에 알던 세력으로 간주할 것이냐, 아니면 정말로 실무자가 겪었던 M&A 주체에 대한 경험담을 풀어낼 것이냐, 많은 찬성과 반대를 거치면서 밸런스를 찾아갔습니다.



Q. 그런 노력이 있어서인지 책이 상당한 호응을 얻었습니다. 많이 팔리기도 했고요.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을 꼽자면?

이 팀장 : 저는 책이 많이 팔리는 걸 확인할 때보다도, 제가 인정하는 사람들이 저희 책을 인정해줄 때 가장 보람이 있더라고요. 한 번은 경제·경영 분야에서 손꼽히는 출판사의 편집팀장과 같이 술 한잔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친구가 술자리에서 책을 찬찬히 훑어보더니 “만드는 데 정말 고생했겠다, 책 진짜 잘 나왔다”라고 하더라고요. 절친한 사이지만 평소 책에 대해서는 서로 독설을 날리는 경쟁사 후배인데, 정색하면서 책을 인정하는 모습에 무척 기뻤습니다.

사실 책에서 다루는 메자닌 채권의 경우 ‘주린이’에겐 어렵지만, 반드시 알아야 하는 내용입니다. “이런 책을 찾고 있었다”라는 리뷰 글을 종종 보곤 하는데요. 책의 의도를 정확히 구현해냈고, 그걸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편집자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편집장 :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 같은 경우에는 출간 후 바로 또 다음 책 기획 작업에 들어가서 정신없다 보니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는 소식을 그냥 무덤덤하게 넘겼던 것 같습니다. 다만 어느 날 출판팀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 적이 있었습니다. 전환사채를 파헤치면서 종목의 매수 타점을 찾아가기 위해 공시를 살펴보다가 문의 전화를 주신 거였는데요, 공시를 보고 전환사채를 확인하는 습관을 갖게 되신 것에 굉장한 보람을 느꼈습니다. 어떻게 보면 공시라는 한정된 주제를 갖고선 좁은 독자층만을 대상으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점차 투자자들이 공시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는 분위기였어요.

Q. 좀 전에 이종찬 편집장님이 다음 책을 기획 중이라고 언급하셨는데요, 이상미디랩의 향후 출판 계획과 목표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이 팀장 : 출간되고 나서, 장지웅 저자님이 어머니께 ‘지금 막 나온’ 따끈따끈한 책을 드렸다고 합니다. 저는 그 말을 전해 듣고 자신의 첫 저서를 자랑스럽게 어머니께 선물하는 저자의 모습이 상상되더라고요. 세상 모두는 누군가의 아들이자 딸이지 않겠습니까? 그걸 계기로 저희 이상미디랩의 다음 책은 장지웅 저자의 어머니처럼 비교적 연세가 있으신 분도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는, 한마디로 좀 더 대중적인 경제경영 책을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피터 린치, 필립 피셔 등이 쓴 주식 투자 고전서들의 경우에도 쉬운 언어로 쓰여 있습니다. 그런 느낌의 책을 준비 중입니다.

저희는 주식 투자 넘버원 출판사가 되는 게 꿈입니다. “전에 없던 책을 내자”가 저희의 모토에요. 검증된 길, ‘안전빵’ 콘텐츠는 다른 곳이 할 것이고요, 저희는 새로운 길을 가고 싶습니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이 팀장 : 요즘에 서점에 가 보면 ‘크게 벌 수 있어’, ‘너도 할 수 있어’류의 책들이 눈에 많이 띕니다. ‘얼마로 몇십 억 벌었다’는 큼지막한 카피가 눈에 들어오죠. 아직도 많은 사람이 주식을 투자라고 생각하기보다는 투기, 도박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책들이 도박처럼 묘사하는 게 적잖은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게 마치 투자자들에게 ‘주의사항 없는 위험한 장난감’을 주는 것만 같더라고요. ‘주린이’라는 표현이 주식투자자와 어린이의 합성어인데, 어린이한테는 줄 수 있는 게 있고, 줄 수 없는 게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주의사항 하나 없는 상황에서 화약이 든 장난감을 주고 놀라고 한다면, 좀 위험한 거죠.

저희는 주식을 투자로서 접근하고 있고, 그런 데에서 자부심이 있습니다. 신생 출판사이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저희의 노력이 평가절하 당할 때도 있지만, 이 길을 묵묵히 걸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저희의 진정성에 대해 많은 분이 지지해주실 거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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