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의 군사력 순위는 얼마나 될까. 미국의 군사력평가기관인 GFP(Global Fire Power)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군사력 평가지수는 0.1509로 전체 138개국 가운데 6번째였다. GFP는 전차·함정·전투기 등 동원 가능 전력과 인구수·경제력·국방비 등 전쟁 수행 능력도 합산해 평가하는데 지수가 0에 가까울수록 군사력이 강하다는 의미이다. 비록 핵무기 같은 비대칭 전력을 고려하지 않은 재래식 위주의 군사력 비교라 해도 우리보다 앞선 미국·러시아·중국 등 군사 강대국과 견줄 만큼 상위권의 반열에 올라 서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의 과거는 어떠했는가. 지난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 일본은 승려와 장사꾼 등을 조선에 보내 염탐하게 했는데 그들은 일본으로 돌아가 이런 보고를 했다고 한다. “조선에는 군대가 없습니다.” 그때 정말 조선에 군대가 없었을까. 군대는 존재했으나 내 나라와 민족을 지킬 준비된 군대가 없었던 것이다. 유비무환을 주창했던 율곡 이이의 ‘십만양병설’은 역사의 한 페이지로 장식되지 못하고 결국 그로부터 9년 뒤 전란이 발발해 조선 국토는 유린당하게 된다.
그 후로도 우리에게는 많은 아픔의 역사가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나라를 일으켜 세운 것은 목숨 바쳐 내 땅을 지키고자 했던 이름 없는 영웅들의 피땀이었다. 우리 군의 역사는 불굴의 도전이었고 희망이었다. 그 도전과 희망의 불씨는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청춘들의 가슴속에도 꺼지지 않고 여전히 불타오르고 있다.
영주권을 취득했거나 질병 등의 사유로 병역의무가 감면되었음에도 당당히 대한의 사나이로 거듭나기 위해 군 입대를 자원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지난 3년간 자원한 아름다운 청년이 4,100여명에 달하는 것만 보더라도 대한민국을 지키는 든든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그 중 어느 자원 병역이행 병사의 군 생활 경험담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30대 초반 미국 명문대학 교수였던 병사 박모씨는 영주권 취득으로 병역의무를 감면받았음에도 모두가 말리는 늦깎이 군 생활을 당당히 선택했다. 그에게 있어 군 생활은 삶에 대한 근육을 더욱 튼튼하게 단련시켜주고 다가올 인생의 후반전에 ‘작전 타임’과도 같은 귀중한 시간이었다.
올해 제72주년 국군의 날 행사는 25일 육군 특수전사령부에서 거행됐다. 그곳에서 조국의 간성(干城)인 후배 전우들의 강인한 모습에 가슴 뭉클함을 느낌과 동시에 국민의 더 깊은 신뢰를 기원했다. 지금도 이 시대 대다수 젊은 청년들은 빛나는 청춘을 담보로 미래를 준비하는 ‘작전 타임’을 진행 중이다. 그 덕분에 한반도 평화의 길을 함께 꿈꾸며 걸어갈 수 있으며 내일에 대한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갈 수 있음에 감사하는 오늘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