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나고르노카라바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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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만 해도 오싹한 것이 러시안 룰렛이다. 6발 리볼버에 실탄 1발을 넣고 방아쇠를 당기는 무모한 승부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 그보다 더한 것이 캅카스(코카서스) 룰렛으로 6발 리볼버에 실탄 5발이라고 한다. 싸움이라면 양보도 없고, 무모하기까지 한 사람들이 모여 산다는 캅카스의 남부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두고 영토 분쟁이 한창이다. 분쟁 당사국인 기독교계 아르메니아와 이슬람계 아제르바이잔은 한 치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산악을 뜻하는 ‘나고르노’와 검다는 의미의 ‘카라바흐’가 합쳐진 나고르노카라바흐는 이름 그대로 험준한 산지다. 기원전 2세기 아르메니아 왕국의 영토였다는 첫 기록이 말해주듯 나고르노카라바흐는 본래 아르메니아인의 터전이었다. 그러나 아바스 왕조, 셀주크 왕조 등 이민족의 침략이 이어지면서 기독교 세력과 이슬람 세력이 뒤섞여 살아가는 지역으로 변모했다. 이후 아르메니아인과 아제르바이잔인의 다툼은 여러 왕조가 부침을 겪는 동안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났지만 공존의 틀만은 수백년간 유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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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924년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돌이킬 수 없는 갈등의 불씨를 심었다. 80% 인구의 아르메니아에 속해 있던 나고르노카라바흐를 20% 인구의 아제르바이잔에 복속시킨 것이다. 아르메니아 민족주의 확산을 인위적으로 막겠다는 스탈린의 정치적 속셈이 낳은 화근이다. 아르메니아는 70여년간 억눌린 분노를 쌓아만 가다가 소련이 붕괴한 뒤 1992년에 아제르바이잔과 전면전을 일으켜 1994년 나고르노카라바흐를 점령했다. 그 뒤 지금까지 나고르노카라바흐는 영토는 아제르바이잔에 속하면서 아르메니아가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어정쩡한 미봉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결국 옛 소련이 남긴 화약고에 불이 붙었다. 지난달 27일 시작된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교전이 1주일 넘도록 이어지며 군인과 민간인의 희생이 늘어나고 있다. 아제르바이잔의 형제국인 터키가 아제르바이잔의 편에 서겠다고 공개 선언하고, 러시아는 아르메니아를 거들면서 국제전으로 비화할 조짐까지 보인다. 강대국이 멋대로 그은 영토 경계선 때문에 또 약소국 국민들이 속절없이 피를 흘리고 있다. /문성진 논설위원

문성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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