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훈(사진) 덕산네오룩스(213420) 대표가 삼천리자전거 강남 사옥을 통째로 인수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도 불구하고 현금을 다량 보유한 중견기업 오너 2세들이 저금리 기조 유지 등에 따른 부동산 투자가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 대표는 최근 삼천리자전거가 보유하고 있던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소재 6층짜리 오피스를 215억원에 인수했다. 이 건물은 삼천리자전거가 경영난에 처하자 작년부터 매물로 내놓은 곳이다. 1976년생인 이 대표는 이준호 덕산그룹 회장의 맏아들로 그룹의 부회장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를 생산하는 계열사 덕산네오룩스 대표를 맡고 있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표적이 되고 있는 강남 부동산을 중심으로 중견·중소기업 오너 2세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으로 상대적으로 저평가 돼 있다고 판단해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이 대표가 인수한 후 그룹 계열사 등에 임대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견기업 오너 2세들의 최근 관심사는 상대적으로 싸진 부동산과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라며 “벤처캐피탈 모임 등에도 중견기업 오너 2세들이 자주 눈에 띈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오너 2세들이 직접 투자사를 만들어 스타트업 투자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 대표는 부동산 이외에 중소·벤처기업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덕산그룹은 지난 2016년 ‘티그리스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는데 이 대표가 2018년까지 이사를 지내며 스타트업 투자에 관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미래셀바이오나 에스씨엠생명과학 등 본업과 무관한 바이오벤처 투자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덕산그룹 이외에도 부산 소재 선박 기자재 회사인 선보공업 역시 오너 2세가 선보엔젤이란 투자사를 통해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80~90년대 고성장기를 겪은 중견기업 창업주 세대와 달리 성장 침체기에 있는 오너 2세들은 필연적으로 투자에 대한 고민이 남다를 수 밖에 없다”며 “사업 연관이 있는 업종 뿐만 아니라 바이오 기업이나 오피스 투자 등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