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韓, 배터리 제조기술 월등…이젠 니켈 등 원재료 확보 나서야"

■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 인터뷰

전기차 증가로 원자재 수요도 폭증

머스크 '반값 배터리' 실현 어려워

중장기 해외 자원 개발 노력 절실

노조 '회사망해도 영향없다'는 오판

내부거래도 모두 죄악시해선 안돼




“전기차 시장 승패는 결국 배터리 경쟁력이 결정할 것입니다. 한국에 일류 배터리 회사들이 있지만, 배터리 제조뿐 아니라 원자재 조달 단위까지 실력을 배양하지 않으면 금세 경쟁국에 뒤처지고 말 것입니다.”

정만기(사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현재는 배터리 제조 단계에서 경쟁을 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원자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배터리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자동차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던 테슬라 배터리데이 관전평에 대한 질문의 답변이었다. 그는 “일론 머스크가 ‘반값 배터리’를 만든다는데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400만대가량 운행되는 전기차가 2,000만~3,000만대 수준으로 늘면 배터리 소재와 원자재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가격 또한 머스크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머스크가 현재 광산 업체들과 대규모 원자재 조달 계약을 진행하고는 있지만 역부족일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러면서 정 회장은 니켈·코발트 등 배터리 원자재를 효율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것을 국내 업계에도 주문했다. 테슬라라는 예측 불가능한 경쟁자가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정부와 기업이 손발을 맞춰 보다 장기적인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 해외 자원 개발에서 부실이 발생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그 해외 개척 자체가 금기시되고 있는 분위기”라며 “통상적인 해외 광물 확보 노력은 계속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래 자동차 경쟁력 확보가 기업들의 당면 과제로 부상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노동조합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그는 “일부 노조는 회사가 망해도 주인만 바뀔 뿐 근로자들에게는 영향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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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 같은 노조의 계산을 ‘오판’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르노삼성과 한국GM·쌍용차 등 3사는 대주주가 외국 회사로 바뀌자 신차 개발 기능을 사실상 상실하고 생산물량 배정만 기다리는 처지로 전락했다”며 “특히 한국GM의 노사관계 상황이 좋지 않은데, GM이 한국을 떠나지 않는 것은 부품회사 인프라와 연구개발 인력 수준 때문이지 완성차 제조 경쟁력 때문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새 투자자를 찾고 있는 쌍용차에 대해서는 “협상 과정 자체는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다. 2~3주 후면 결판이 날 것”이라며 “과거 상하이차에서 마힌드라로 쌍용차 대주주가 바뀌었지만 변한 게 있느냐”고 했다. 기본적인 혁신 역량을 높이고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타개하지 않는 한 주인이 바뀐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기업규제 3법’에 대해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감사위원 분리선임 등 상법 개정안에 대해 “평균 주식 보유 기간이 6개월 미만인 소액주주가 지배구조에 관심이 있겠느냐”며 “결국 지배구조에 관심이 있고 이사회 진입에 관심이 있는 것은 투기자본 아니면 경쟁회사”라고 지적했다.

상법개정안의 위험성이 불거지기 전인 지난해 현대차 주총에서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캐나다의 발라드파워시스템 회장을 사외이사로 앉히려 했고, 그 뒤에는 중국의 웨이차이가 있었다는 게 정 회장의 설명이다.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 규제로 불리는 사익 편취 규제 대상 확대가 골자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과거 정주영 회장이 자동차를 수출할 때 선박을 적절한 가격과 시간에 잡기가 어려워 만든 게 현대상선이고, 이런 내부거래가 기업 성장에 공헌을 했다”며 “필요한 내부거래까지 추상적인 지분율 규제로 죄악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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