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며 오프라인 재외공관 교육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에서도 ‘재외공관 화상 교육’ 관련 예산은 2021년 예산안에 하나도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6일 나타났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2021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안 사업설명자료에 따르면 외교부는 화상교육 시스템 구축 예산을 67억원 요청했지만 이는 기획개정부 심의 결과 예산안에 전액 미반영됐다.
외교부는 예산이 반영되지 못한 이유에 대해 “기획재정부에서 정부예산안 심의 당시 2021년 신규 정보화시스템 구축 사업에 대해 정보화전략계획(ISP) 수립 여부를 필수 요건으로 정하였으나 상기 사업의 경우 ISP 수립이 시기적으로 완료되지 않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ISP는 정보화시스템 구축을 위한 현황분석 및 환경분석, 정보화비전 및 전략 수립, 목표모델 설계, 이행계획 수립 등을 반영하는 계획을 말한다. 외교부는 사업계획 검토 및 입찰 등을 거쳐 올해 6월부터 ISP 용역에 착수했으나 이것이 8월 말까지 진행되며 예산안을 심의할 때까지 시기를 맞추지 못한 것이다.
외교부는 “현재, 화상시스템 구축 관련 ISP 수립은 정부예산안의 국회 제출 직전에 완료되어 사업 추진에 필요한 절차적 요건을 완비하였으며 기획재정부에서도 동 시스템 구축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다만 기재부 심의 단계에서 반영되지 못한 예산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반영되기는 더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회 예산 심의과정에선 부처 예산은 대부분 삭감되고, 늘어나는 예산도 개별 국회의원 요구에 따른 ‘지역 선심성’ 예산이 많은 까닭이다.
이에 따라 해외 선진국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재외공관 화상 교육’을 강화하고 있는데 외교부만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미국은 이미 Cisco 등 실시간 화상교육 및 회의용 설비했고, 독일은 지난해 9월부터 공관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간 화상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영국과 중국 역시 코로나19 이후 구글 Zoom 등으로 화상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반면 외교부는 유튜브 채널을 강화하는 등 대내외 홍보 예산은 10억 가량 늘렸다. 외교부 홍보역량강화예산은 지난해 13억4,900여만원에서 9억4,900만원 늘어난 22억9,800만원을 기록했다. 이 중에서도 뉴미디어(SNS 및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활용한 국민과의 쌍방향 소통을 강화하는 내용의 ‘온라인 홍보 강화’ 예산은 16억2,000여만원 반영돼 전체 예산의 70.4%를 차지했다.
태영호 의원은 “과거와 달리 이젠 국회 심의과정에서 쪽지 예산도 어려워진 상황”이라면서 “코로나사태 속 온라인 화상회의 교육시스템 예산은 정부예산안에 한푼도 반영하지 못했으면서 홍보비에만 열을 올리는 외교부의 행태에 국민은 또다시 실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