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여는 수요일] 그러했으면

문성해

날아가는 오리 떼가 슬쩍 행렬을 바꾸어 가듯이


내가 너를 떠올림도 그러했으면

오리가 슬쩍 끼어든 놈에게 뭐라고 타박을 하듯이

내가 너를 탓함도 그러했으면

날아가는 오리 빨간 발이 깃털 속에서 나란하듯이

우리가 서로를 바라봄도 그러했으면


날아가는 오리 떼가 한순간 휙 방향을 바꿀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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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한 놈도 그 꼬리를 놓치지 않듯이

내가 너를 마냥 떠올림도 그러했으면

높고 멀리 날아가는 오리 떼가 그냥 정처 없음이 아닌 것처럼

내 그리움의 산정에서 동그마니 네가 기다려줌도 그러했으면

ㄹ



깃을 쳐봐요. 부리를 내밀어봐요. 두 다리를 젓가락처럼 쭉 펴봐요. 오리를 보다가 목이 빠진 당신, 고고한 학이 되고픈 건 아니죠. 우리는 다소 경망스럽지만 그래서 더 자유롭죠. 생각은 많고 행동은 굼뜬 당신, 일단 머릿속에 든 오만가지 단어를 한 음절로 바꾸어봐요. ‘꽥꽥~’ 이렇게. 말이 짧으면 삶이 가벼워지죠. 자, 타박 않을 테니 슬쩍 끼어들어요. 산 너머 사람들이 새로 만든 호수에 수초 씨앗과 물고기알 떨어트리러 가자고요. 목에 무지개를 두른 오리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요. 오리발을 내밀며 울어봐요. ‘그러했으면’ 하지 말고, ‘그래 봐’요.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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