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측 해상에서 피살된 데 이어 북한 고위급인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대사대리까지 지난해 입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뜩이나 교착 상태인 남북관계에 파장이 미칠 지 관심이 쏠린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조 전 대사대리 입국 사실 노출을 두고 “어떻게 노출됐는지가 대단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6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조 전 대사대리는 지난해 7월 한국에 입국해 보호를 받고 있다.
대사급 북한 고위 외교관이 한국에 망명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조 전 대사대리는 지난 1997년 황장엽 전 노동당 국제비서 망명 이후 22년만에 한국으로 들어온 북한 최고위급 인사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2016년 망명 당시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직에 있었다. 1991년 고영환 전 주콩고 북한대사관 1등서기관, 1996년 현성일 전 주잠비아 북한 대사관 3등서기관 등도 모두 조 전 대사대리보다는 하위 직급이었다.
조 전 대사대리는 2018년 11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잠적한 이후 서방 망명설이 돌았지만 실제로는 서방의 한국대사관을 직접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망명 이유로는 북한 재외공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바치는 상납금에 문제가 생겼던 게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다. 정보당국은 경색된 남북관계와 그의 신변 문제를 이유로 그의 망명 사실을 감춰온 것으로 풀이된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확인해 줄 사항이 없다”고만 답했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사대리의 망명 사실이 본격적으로 알려지면서 자칫 북한 측을 자극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재 남북은 지난달 우리 공무원의 피살 사건 경위와 공동조사 추진 등에 대해 이견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조 전 대사대리의 망명 사실은 남북관계에 호재로 작용하긴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그가 한국에 들어온 지 1년이 넘었다는 사실과 북측도 이미 그의 한국행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어 악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도 만만찮게 나온다.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해 2월 이탈리아 외교부는 조 전 대사대리의 미성년 딸이 북한으로 송환된 사실을 공식 확인하기도 했다.
태영호 의원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조 전 대사대리를 걱정했다. 태 의원은 지난해 1월 ‘조성길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조 전 대사대리를 ‘친구’로 부르며 그에게 한국행을 권유한 바 있다. 태 의원은 “왜 이 시점에 알려졌는지 (모르겠다)”며 “딸이 북한으로 끌려가 있는 특수한 상황인데, 조성길 부부의 소재가 어디냐에 따라 북한에 있는 친척들과 혈육에 대한 처벌 수위가 달라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