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열린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는 북한에 의해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씨의 ‘월북 논란’과 정부의 후속 대응을 놓고 여야 간 난타전이 펼쳐졌다.
야당인 국민의힘이 “구조 노력이 미흡했다”고 정부를 몰아친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우리 군의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씨가 실종됐던 당일 ‘월북 가능성이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혀, 군의 초기 대응과 월북으로 판단한 최종 ‘첩보’의 신빙성에 대한 논란을 키웠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대통령이 (이씨가 북측에 발견됐다는) 보고를 받은 후 구조와 관련한 아무 지시도 하지 않았다”며 정부 대응을 질타했다. 그는 “월북 의도가 있었다고 해도 국민 생명을 먼저 구해야 하지 않았나. 한강 다리에 자살하려고 올라간 사람은 안 구하나”라고 지적했다.
반면 여당은 군의 대응은 적절했다고 주장했다. 김병기 민주당 의원은 “군은 모든 정보자산을 동원해 관련 첩보를 적시에 수집하고 보고했다”며 “우리 군이 단호한 어조로 대응하고 발표했기 때문에 북측에서 이른 시간 안에 사과 통지문을 받을 수 있지 않았나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서 장관은 이씨의 실종 신고가 해경에 접수된 지난달 21일 북한에 협조를 구하지 않았다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 “(실종 당일에는) 북한으로 넘어간다는 판단을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일 ‘월북 가능성이 낮다, 없다’ 이렇게 보고를 받고 그때는 통신을 확인하지 않았다”면서 “나중에 첩보를 통해 북측에 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군의 판단이 최초 ‘단순 실종’에서 ‘자진 월북’으로 바뀌었다는 것으로 이씨 월북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다. 이 발언을 둘러싼 파장이 커지자 국방부는 실종 당일 보고받았다는 ‘월북 가능성’의 의미는 ‘북측 해역으로의 표류 가능성’을 의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씨 피살 사건은 외교부 국감에도 영향을 미쳐 오전부터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여야가 격렬히 대치했다. 야당은 이씨의 친형을 일반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 반면 여당은 국방위원회에서 다룰 사안이라고 맞섰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 역시 유엔 산하 기구에 가입해 있는 만큼 강 장관이 이 문제를 국제기구에 적극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강 장관은 이에 대해 유엔이 매년 채택하는 ‘북한인권결의안’에 이번 사건을 포함시키는 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씨가 피살된 후 청와대에서 열린 관계장관회의에 강 장관이 참석하지 않은 것을 놓고 ‘외교부 패싱’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강 장관도 이같은 논란에 대해 “그런 중요한 회의를 외교부가 언론을 보고 알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저를 패싱하기 위해 한 회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서 장관은 북한이 앞서 이씨의 피살 경위와 관련해 ‘(단속)정장 결심하에 사격을 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상부의 지시를 받았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서 장관은 “현재까지 (군이 분석한) 정황이 맞는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혀 북한이 ‘거짓 해명’을 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또 북한이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일을 맞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열병식 행사에 대해 “전략무기들을 동원해 무력시위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욱·윤경환·김인엽기자 myk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