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대사관에서 불거진 외교관의 성추행 사건에 이어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과 나이지리아 대사관에서도 성추행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7일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재외공관에서 성범죄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면서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LA 총영사관에 파견돼 근무하던 국정원 소속 직원 A씨는 지난 6월 말 영사관 내에서 계약직 여직원을 강제 성추행한 가운데 아직까지도 징계 조치를 받지 않았다. 국정원 소속 고위공무원으로 LA 총영사관에서 부총영사급 직책을 맡아 근무하던 A씨는 6월 영사관 내에서 계약직 여직원 B씨에게 강제 입맞춤을 시도하고 신체를 더듬는 등의 성추행을 저질렀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관련 증거를 확보하고 A씨에 대해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외교부는 사건 발생 한 달 동안 사건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 데 이어 수사 개시 통보를 받은 후에도 A씨에 대한 미온적 조사를 통해 징계 절차도 밟지 않는 등 외교부 지침에 따라 처리하지 않았다. 외교부는 “아무래도 국정원 직원이다 보니 ‘핸들링’이 쉽지 않았다”며 국정원에 대한 징계 논의가 원활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017년 7월 에티오피아 주재 한국대사관 소속 외교관의 성폭행 의혹 이후 “성비위 문제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성추행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나이지리아에서도 성추행 문제가 터져 나왔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8월 주나이지리아 대사관에서도 행정직원 C씨가 현지직원 D씨의 특정 신체 부위를 만지고 침대로 이끄는 등 성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성추행 피해를 당한 D씨는 제3자에게 고충을 토로했고 제3자는 대사관 내 성고충담당관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다. 이에 따라 성고충담당관도 이인태 주나이지리아 대사관에게 성피해 사실을 전했다. 이 대사는 해당 사실을 보고받은 후 별다른 징계 조치 없이 지난달 9일 가해자 C씨를 자진 퇴사시켰다.
재외공관 행정직원 규정에 따르면 행정직원이 공관 및 정부의 명예를 훼손한 때는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해당 직원을 징계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대사는 인사위도 열지 않고 별도의 징계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이다.
이 대사는 “성추행 피해 사실을 본부에 보고하지 않은 이유는 피해자의 문제 제기가 없었고,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했기 때문에 저의 재량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이 역시 외교부 내 성추행 사건에 대한 공식 절차를 밟지 않은 조치라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 의원은 “이 대사의 조치는 성비위 사건에 무관용 원칙을 강조한 장관의 지시 사항에도 위배된다”며 “뉴질랜드 외교관 성추행 사건처럼 외교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는데도 아무런 조치 없이 자진 퇴사시킨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