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민주당과의 추가 경기부양책 협상을 전격 중단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으로 부양책 타결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온 시장의 충격은 막대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나는 협상팀에 (경기부양안) 협상을 대선 이후까지 중단하라고 지시했다”면서 “내가 승리하는 즉시 우리는 열심히 일하는 미국인과 소상공인에게 초점을 맞춘 대규모 경기부양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회에서는 몇달간 부양책 논의가 교착 상태에 빠져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이후 타결 기대감이 부풀었다. 하원 다수당인 민주당은 지난 1일 하원에서 독자적으로 2조2,000억달러(약 2,600조원) 규모의 부양 법안을 통과시켰고 백악관 측은 1조6,000억달러를 제시하며 추가 협상을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로 입원했다 퇴원한 지 하루 만에 부양책 협상을 중단시키면서 미 대선 전까지 부양책 타결은 사실상 무산됐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지지하면서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에서 부양 법안이 통과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날 상승세를 보이던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직후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34% 떨어진 2만7,772.76에 거래를 마쳤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40%, 나스닥지수는 1.57% 하락했다. 미 경제매체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의 터무니없는 발언에 월가와 워싱턴 정가가 황당해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자해’나 다름없다는 시각도 있다”고 지적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추가 부양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는 이날 열린 전미실물경제협회 연례회의 강연에서 지난 3월 경기부양 패키지에 힘입어 미국 경제가 코로나19의 충격에서 벗어나며 굳건한 회복세를 보였지만 최근 들어 5~6월의 뚜렷한 경기반등세가 희미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회복 속도가 늦어질 경우 경기침체를 촉발할 수 있다”며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함께 지속되면 경제가 더 신속하게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고용둔화와 소비위축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일 미 노동부가 발표한 9월 신규 일자리는 66만1,000개로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80만개에 비해 상당히 저조했다. WSJ는 “실업수당 지원 축소로 가계소득이 여름 후반 들어 줄었고 소비지출 증가세도 둔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부양책이 이른 시일 내에 타결되지 않을 경우 항공업계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하원에서 통과된 추가 부양 법안에 델타·유나이티드 등 10개 항공사를 구제하기 위한 250억달러 규모의 지원안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미 항공업계에서는 이미 지난주에만 3만2,000명의 직원이 일시해고된 상태다. 이를 우려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별도의 트윗을 올려 행정부에서 요구해온 250억달러 규모의 항공사 인건비 지원금과 1,350억달러 규모의 중소기업 급여보호프로그램(PPP)을 즉각 승인하라고 의회에 요구했다.
추가 부양책 협상 중단으로 경기둔화 우려가 더욱 커지면서 연준의 통화정책이 완화적인 기조를 취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에버코어ISI의 세라 비앙키 헤드는 “추가 부양책 협상 결렬로 연준이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대선 이후에도 재정 부담에 대한 우려가 심각할 경우 자산매입 규모를 매달 1,200억달러에서 1,500억~1,600억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