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사기단을 범죄집단으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 경찰이 중고차 사기단에 범죄집단 혐의를 적용한 첫 사례가 나왔다.
인천 서부경찰서는 7억원대의 중고차 사기 매매를 한 일당 15명을 적발해 사기 및 범죄집단 조직 또는 가입·활동 등의 혐의로 중고차 판매딜러 팀장 A(25)씨 등 2명을 구속하고 B(21)씨 등 딜러와 전화상담원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중고차 딜러에게 범죄집단 조직 등 혐의를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의 범행을 도운 중고차 매매상사 대표 C(32)씨 등 상사 관계자 6명은 사기 방조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올해 1월 8일부터 7월 17일까지 인천시 서구 등지 중고차매매단지에서 구매자 35명에게 중고차 35대(총 시가 7억2,000만원)를 팔아 총 3억1,0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에 올린 허위매물을 보고 찾아온 구매자에게 중고차를 보여주고 계약을 체결한 뒤 고객에게 보여준 차에 하자가 있다며 다른 차량을 거래하라고 요구하는 방식으로 범행했다.
경찰은 중고차 딜러들이 직책과 역할 등을 정해 두고 조직적으로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판단해 형법 114조의 범죄집단 조직 또는 가입·활동 혐의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형법 114조는 ‘무기 또는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 또는 집단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 또는 구성원으로 활동한 사람은 목적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사기죄 형량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지만, 범죄집단조직죄가 함께 적용되면 처벌 수위는 훨씬 높아진다.
대법원은 지난 8월 중고차 사기단에 형법상 ‘범죄집단’ 법리를 적용해 유죄로 첫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경찰은 C씨 등 매매상사 관계자들은 이들의 중고차 사기 판매를 알고도 사원증 제공과 계약 지원 등을 통해 범행을 도와 사기 방조 혐의를 적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