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간 같은 인공장기를 이식하더라도 장기 내 혈관이 거부반응을 일으키고 제대로 혈관이 형성되지 못하면 이식이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공 간과 혈관을 재건하는 기술을 발전시킨다면 환자가 원하는 대로 간을 이식받는 미래를 앞당길 수 있습니다.”
인공장기 이식에 필수적인 혈관 재건 기술을 개발한 강경선(사진)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7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사람 간 세포를 이용한 인공 간 이식 연구에 큰 걸림돌로 작용한 혈관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 연구팀은 이날 생체조직을 이용해 혈액이 흐를 수 있는 혈관을 포함한 인공 간을 재건하는 데 성공했고 관련 연구성과를 생명·재료공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 ‘바이오머티어리얼즈’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쥐에서 얻은 간에서 동물 세포를 없앤 뒤 사람의 세포를 넣어 재세포화했다. 쥐 간을 일종의 생체 골조로 활용한 것으로 간의 골조만 남긴 상태에서 사람 세포로 인공 간을 만들었다. 강 교수는 “그동안 국내외 학계에서 진행해온 줄기세포로 만든 인공장기는 5㎜ 정도의 미니 간 수준에 그쳤다”며 “이번 연구에서는 완전한 덩어리 형태의 간을 만들어 쥐에 이식했다”고 설명했다.
인공장기 이식 후 문제는 이식받는 대상의 혈관이 장기에 연결돼 혈전 형성 등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급성 거부반응으로 인해 이식한 장기는 하루를 버티지 못한다”며 “장기에 마치 고속도로처럼 완벽하게 피가 돌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것이 인공장기의 핵심적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핵산의 일종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한 ‘앱타머’를 합성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특정 단백질에 잘 결합하는 성질의 앱타머를 인공 간 내 혈관 구조에 발라 혈관 기능을 유지했다. 인공 간에 구축된 혈관은 이식 후 사람 혈액을 관류했을 때 혈액 응고가 감소하고 혈전 형성이 크게 억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강 교수는 “앱타머를 혈관에 잘 달라붙게 합성시켜 급성 거부반응을 줄이는 고리로 이용한 것”이라며 “간 섬유화를 유도한 쥐에 인공 간을 이식한 실험에서도 섬유화 정도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쥐에 이어 현재 돼지 간을 이용한 실험을 진행 중인 강 교수는 서울대에서 역대 현직 교수 신분으로 기업 상장을 이끈 4명의 교수 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 2010년 제자와 함께 ‘강스템바이오텍’을 설립했고 창업 5년 만인 2015년 코스닥에 상장시켰다. 현재 강스템바이오텍 의장으로 연구개발(R&D)을 총괄하는 그는 한국오가노이드학회 이사장 등도 맡고 있다.
그는 “인공 간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것은 아직 먼 미래”라며 “다만 법률적·제도적 지원이 이뤄진다면 5년 후쯤 이종 장기 등에 대한 안전성을 따져보는 임상시험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줄기세포를 이용해 면역 거부반응을 완벽히 제거한 인공 간 연구에 매진할 계획”이라며 “마치 감기약을 사듯이 기성품의 인공장기를 이식받을 수 있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