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에 2년 넘게 머문 장기미제 사건이 1,000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관의 업무 과중에 따른 결과라는 게 법조계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대법원장 자문기구로 올 1월 설치된 상고제도개선특별위원회가 상고제도 개선안을 이르면 올 연말 확정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어떤 결과가 도출될지 주목된다.
7일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법관 한 사람이 연간 처리한 사건은 지난 2017년 3,686건, 2018년 4,008.8건, 지난해 3,521.9건으로 3년간 꾸준히 3,500건 이상을 기록했다. 하루 10건을 처리해도 업무 시간이 넉넉지 않은 셈이다.
이러한 업무 과중은 가동 대법관 수에 비해 사건이 지나치게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재판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대법관은 12명이 전부다. 대법원이 지난달 발간한 ‘2020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대법원에 접수된 상고심 사건은 4만4,328건으로, 2015년(4만1,850건) 처음 4만건을 넘어선 뒤 2018년(4만7,979건)까지 계속 늘었다.
처리해야 할 사건이 몰리다 보니 해묵은 사건도 적지 않다. 지난 8월31일 기준 대법원 상고심에 2년 넘게 계류 중인 민·형사사건은 총 950건에 달했다. 이 중 민사사건은 641건, 형사사건은 309건으로 민사사건이 2배 이상 많았다. 대법원에 가장 오래 머문 사건은 민사의 경우 2013년 5월 접수된 보육수당 청구 사건이고, 형사는 2014년 4월 접수된 살인 혐의 사건이다. 미제 기간을 세부적으로 나눠보면 민·형사 장기미제 사건 모두 2년 초과 3년 이내 기간이 전체의 절반 이상(민사 54.4%, 형사 50.8%)으로 가장 비율이 높았다. 민·형사 모두 4년 이내 장기미제 사건 비율이 약 30%로 그 뒤를 따랐고, 5년을 초과한 사건 수가 가장 적었다.
대법관의 업무 과중 문제가 점차 수면 위로 올라서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도 현재 진행형이다. 상고제도개선특별위원회는 상고법원 설립을 포함한 여러 안(案)을 놓고 고민을 거듭하다가 최근 대법원의 이원적 구성, 상고허가제, 고등법원 상고부 설치 등 3가지로 선택지를 좁혔다. 대법원의 이원적 구성이란 대법원에 ‘대법관이 아닌 법관’을 둔다는 의미로, 상고심 담당 법관을 대법원에 추가 발령하는 방안이다. 상고허가제는 심리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상고심이 진행되는 제도로 미국과 영국, 독일 등지에서 시행 중이다. 고등법원 상고부는 비교적 가벼운 사건에 대해 대법원 대신 최종 재판을 하는 곳이다. 올 연말께 상고제도 개선안을 최종 도출하는 것이 상고제도개선특별위원회의 목표다.
대법원 관계자는 “상고특위는 현재까지 총 7번의 회의를 거쳐 방안을 3가지로 추렸다”면서 “방안이 하나로 결정되더라도 이후 법원조직법 개정이 이뤄져야 하므로 적용에는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