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재정준칙에 與도 野도 융단폭격… 홍남기 부총리 방어 진땀

■기획재정부 국정감사

홍남기 "지금이 도입 적기, 결코 느슨하지 않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소속 류성걸 위원의 재정준칙 적절성에 대한 질의를 들으며 얼굴을 만지고 있다. /연합뉴스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소속 류성걸 위원의 재정준칙 적절성에 대한 질의를 들으며 얼굴을 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한 마디로 ‘원 없이 쓰고 가겠다’는 겁니다.”

“이 엄중한 시기에 굳이 재정준칙을 만든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정부가 지난 5일 발표한 ‘한국형 재정준칙’을 놓고 여야가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야당은 현 정부 들어 국가채무가 급증한 상황에서 지나치게 느슨한 재정준칙에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했고, 여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위기 상황에서 재정준칙 도입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불만을 꺼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높은 국가채무비율과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도 재정준칙 기준이 결코 느슨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재부 경제·재정정책 국정감사에서는 한국형 재정준칙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는 재정준칙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60%, 통합재정수지 -3%를 기준으로 삼았다. 야당 의원들은 이 기준이 느슨하고 예외조항도 많아 재정건전성을 지키기에 역부족이라고 비판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한 마디로 ‘우리는 원 없이 쓰고 간다, 차기 정부 부담은 모르겠다’는 의미의 재정준칙”이라며 “기재부가 거대 여당에 휘둘려 기교만 부리고 소신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관련기사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추 의원은 “최근 왜 국가채무비율 40%를 지켜야 하는지 논쟁이 있었는데 왜 갑자기 국가채무비율 한도를 60%로 잡았느냐”면서 “관리재정수지가 아닌 통합재정수지를 준칙의 기준으로 삼은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통합재정수지는 현재 막대한 흑자를 기록 중인 4대 사회보장성기금을 포함하고 있어 그만큼 기준이 느슨해졌다는 주장이다. 이에 홍 부총리는 “중기재정계획 상 4년 후 국가채무비율이 50% 후반으로 가는 만큼 유럽연합(EU)을 벤치마킹하지 않고 우리 사정을 본 것”이라며 “통합재정수지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데다가 관리재정수지와 트렌드를 같이 하는 만큼 결코 느슨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재정준칙 산식과 관련해 “국가채무비율이 1%라면 통합재정수지는 마이너스(-) 180%까지 써도 되는 것”이라며 “국가채무비율이 제로(0)라면 통합재정수지는 무한대까지 쓸 수 있는 아주 이상한 산식”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홍 부총리는 “기재부 차관도 하신 분이 산식의 의미를 오해하고 있다”면서 격앙된 목소리로 반박했다. 홍 부총리는 “5년마다 산식을 리뷰하기로 했는데 국가채무비율이 그렇게 극단적으로 된다면 산식이 유지되겠느냐”며 “실질적으로 벌어질 수 없는 일을 갖고 산식을 평가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재정준칙 적절성에 대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재정준칙 적절성에 대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여당에서는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해 재정의 역할이 필요한 상황에서 재정준칙 도입이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정준칙의 필요성이나 취지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지금 도입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재정 상태가 안정적인 상황에서 준칙을 도입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독일을 비롯해 재정준칙을 이미 도입한 국가들도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잠시 보류하고 있다”면서 “경제위기라는 상황을 고려하면 오히려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을 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홍 부총리는 “국가채무와 재정적자 증가 속도를 과거와 비교하면 완만하다고 표현할 수 없다”며 현재 재정준칙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홍 부총리는 “재정준칙이 재정 역할을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여러 보강조치를 했다”면서 “코로나19 위기가 진행 중이라 당장 내년부터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 4년 유예를 두고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박효정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