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논문 인용만 따진 클래리베이트..."노벨상 유력" 호들갑

올해 현택환 IBS 단장 화학상 후보 꼽아 기대감

막상 뚜껑 여니 역시 올해도 노벨과학상 '빈손'

논문인용지수 등 정량평가에만 의존하는 한계

실상 독창성·파급효과 종합평가..네트워크도 중요

전문가 "성과 늘어 다행이나 '축적의 시간' 필요"

노벨상 이미지. /서울경제 그래픽팀노벨상 이미지. /서울경제 그래픽팀



올해도 노벨 과학상이라는 ‘행운의 여신’은 우리나라를 비껴갔다. 그동안 일본이 24명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중국 1명, 대만 2명의 수상자가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여전히 ‘빈손’으로 남아 있다.

일부에서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장)를 노벨 화학상 유력후보로 거론하면서 기대감을 키웠던 터라 아쉬움도 클 수밖에 없다.

정보분석 서비스기업인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CA)는 지난달 23일 올해 노벨상 수상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되는 ‘2020년 피인용 우수 연구자’ 가 현 석좌교수를 포함해 6개국 24명이라고 발표했다. IBS도 즉각 보도자료를 통해 이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이번에도 노벨 과학상에서 CA가 꼽은 과학자는 한 명도 수상하지 못했다. 앞서 CA는 2014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유룡 KAIST 교수, 2017년에는 박남규 성균관대 교수를 각각 노벨상 후보군으로 꼽았지만 역시 성사되지 않았다. 2018년에는 로드니 루오프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도 후보군에 올렸지만 마찬가지였다.

관련기사



톰슨-로이터 그룹의 ‘지적재산 및 과학 분야 사업부’가 독립해 만든 CA는 2002년부터 매년 노벨 과학상과 경제상까지 4개 분야에서 후보군을 발표하는데 실제 그해 수상한 경우는 없고 이후 수상까지 포함해도 손에 꼽을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웹오브사이언스’의 문헌과 인용색인 분석을 통해 세계 0.01% 안에 들 정도로 논문이 많이 인용되는 과학자를 추리는 식으로 정량평가에 의존해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CA의 노벨상 후보 발표가 홍보목적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는 비판을 내놓는다. CA 측은 “노벨상을 받을만한 학자들을 알리고 연구 열정을 북돋우려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하지만, 매년 노벨상 시즌에 맞춰 후보군을 발표하면 국내 언론이 알아서 뻥튀기 보도를 하는 것을 즐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성민 한국연구재단 연구원은 “노벨상은 논문이 많이 인용되는 것뿐만 아니라 글로벌 과학계 연구네트워크와 인지도, 연구 주제의 독창성, 연구성과의 기술·사회적 파급력 등 다양한 요인들을 따져 결정하게 된다”고 밝혔다.

국내 연구자들의 연구업적이 지속적으로 쌓이고 있다는 점은 희망적이나 다소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은 8일 한국과학기술회관 과총 회장실에서 기자와 만나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과 물리학상, 화학상을 보면 오래전에 C형간염 바이러스, 블랙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발견한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며 “노벨상은 과학원리를 처음 발견한 연구자에게 주는 경향이 있어 우리나라 연구자에게 수상의 영광이 돌아오기까지 다소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연구재단 보고서에 따르면 노벨상 수상자들은 핵심 논문(17.1년) 발표에서 수상(14.1년)까지 총 31.2년이 걸려 중장기적으로 기초연구와 젊은 연구자에 대한 지원확대와 자율성 부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고광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