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생각하면 늘 동기부여가 됩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2년 차 박정환(27)은 보기 드문 모자(母子) 골퍼로 눈길을 끈다. 그의 어머니 나진아(56)씨는 지난 1985년부터 2001년까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정규 투어에서 활동했고 2017년까지는 시니어 투어 대회에도 몇 차례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박정환은 8일 인천 송도의 잭니클라우스GC 코리아(파72)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총상금 15억원) 첫날 3언더파 69타를 쳐 2위에 자리를 잡았다. 지금은 골프 교습을 하는 어머니는 틈날 때마다 관중 사이에서 아들의 경기를 지켜봤지만 올해는 마음으로 응원할 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대회가 무관중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박정환은 어머니의 영향으로 골프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어머니를 따라 연습장에 갔다가 골프볼이 쭉쭉 뻗어 나가는 것에 재미를 느꼈다. 일본에서 혼자 고교 시절을 보내며 후쿠오카시 대표 선수로 활동하기도 한 박정환은 일본프로골프 투어에 도전했다가 여의치 않자 귀국을 선택했다. 2016년 KPGA 3부 투어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그는 2부 투어에서 통산 3승을 거둔 뒤 지난해 본격적으로 정규 투어에 입성했다. 올해 들어서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8월 헤지스골프 KPGA오픈 공동 27위에 이어 9월 신한동해 오픈에서는 공동 3위로 자신의 최고 성적을 기록하는 등 시즌 중반 이후 반등해 상금랭킹 22위에 올라 있다.
박정환은 “어머니는 투어 생활을 해봤기에 내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조급해하지 말라’며 변함없는 응원을 해주셔서 큰 힘이 된다”면서 “내가 태어난 1993년 이후 ‘엄마 골퍼’로도 투어를 뛴 어머니를 늘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머니가 못 이룬 정규 투어 대회 우승을 이뤄드려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하는데 어머니는 존재만으로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까다로운 코스에서 버디 7개(보기 4개)를 잡아낸 그는 “종종 플레이에 기복이 있어 이 점을 조심해야 할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 대회 우승자에게는 3억원의 상금 외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 CJ컵(2020년)과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2021년) 출전권도 주어지는 만큼 선수들의 열의가 뜨겁다. 선두는 4언더파 68타를 친 조민규(32)다. 일본 투어에서 먼저 데뷔해 통산 2승을 거둔 그는 국내에서는 올해 8월 GS칼텍스 매경오픈과 2017년 제네시스 챔피언십 등에서 공동 2위에 오른 기억이 있다. 직전 현대해상 최경주인비테이셔널에서 연장전 끝에 준우승한 통산 3승의 김태훈(35)은 2언더파를 기록하며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현대해상 대회에서 우승한 이창우(27)는 2오버파, 유일한 시즌 2승자로 제네시스 포인트와 상금랭킹 1위를 달리는 김한별(22)은 4오버파로 첫날을 마쳤다.
/인천=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