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수업 100분을 하면 학생들은 95분 동안 아무 말도 안 합니다. 5분만 얘기를 하는데 그나마 나오는 수업 관련 발언도 1분밖에 안 됩니다. 과학기술 인재를 확보하려면 이러한 ‘교실의 침묵’을 반드시 해결해야 합니다.”
송진웅(사진) 서울대 물리교육과 교수는 지난 7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한국과학기술한림원·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공동으로 개최한 ‘급변하는 미래, 과학기술인재 육성방안’ 온라인 포럼에서 “학교, 교과서 중심의 전통적 학습방법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송 교수는 이날 ‘갈림길에 선 추격자: 우리에게 남은 과학교육의 선택지’라는 주제발표에서 “우리나라는 자원도 없고 언어에 대한 장점도 없으며 4대 열강 사이에 끼어 있는 등 무수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사람’이라는 자원을 가지고 있다”며 “(따라서) 교육혁신도 지식 중심에서 개개인의 역량을 강화하는 쪽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을 보면 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게 송 교수의 판단이다. 우선 우리나라 과학교육의 가장 큰 문제로 교사의 교실 주도권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 지적됐다. 그는 “우리에게는 세계 최고 수준의 교사들이 있지만 교육에서 이들의 주도권이 지나치게 강하다”며 “의사소통을 선생님들이 주도하는 방식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수학 교육시간에 학생이 한 번 말할 때 선생님이 스물두 번이나 발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교사가 8회, 일본 13회, 뉴질랜드 10회에 비하면 최소 2배나 많은 것이다. 한국 학생에 대한 피동적 교육방식으로는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다는 게 그의 평가다.
송 교수가 특히 우려하는 것은 과학 분야에서 학생들이 가진 패배의식이다. 그는 “학생들의 과학에 대한 자신감은 세계 꼴찌이거나 꼴찌에서 두 번째”라며 “공부를 하면 할수록 자신감을 잃으면서 패배감만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2008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각각 2만명과 6만명을 넘었던 물리Ⅱ와 화학Ⅱ 과목 선택자가 2018년 3,000명 안팎으로 급감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송 교수는 과학교육 시스템에 대한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21세기 과학은 순수자연과학과 기술·공학·보건 분야가 합쳐진 것이고 교육도 학생과 교사 사이에 인공지능(AI)이 끼어들면서 전혀 다른 것으로 바뀌었다”며 “미국 따라가기식 교육 시스템이 아니라 흥미와 호기심을 유발하는 방향으로 교육을 혁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