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호 한국경제학회장(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이 정부의 ‘한국판 뉴딜’에 대해 “고용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작심 비판했다. 정부는 디지털·그린 뉴딜을 통해 오는 2025년까지 19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고용을 늘리려면 ‘노동시장 유연화’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회장은 8일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와 한국경제학회가 함께 주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위기와 한국경제의 진로’ 공동토론회에서 기조강연을 통해 “디지털 뉴딜은 기술혁신을 포함하고 있는데 그 자체로는 고용유발효과가 크지 않고 고급 인력의 원활한 공급이 중요한 요소”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회장은 “재정만으로 혁신을 만들 수 없고, 정부는 민간이 마음껏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치중하면 좋겠다”며 “디지털 뉴딜만 쳐다보고 있으면 고용효과가 생각보다 작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디지털 뉴딜을 통해 고용을 늘리려면 고용시장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덧붙였다. 이 회장은 “디지털 뉴딜로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면 고용이 이동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노동시장 유연성이 매우 중요하다”며 “노동시장 유연성에 대해 좀 더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야당과 재계가 요구하는 노동시장 유연화 요구에 반대하고 있다. 지난 7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노동시장 유연화를 골자로 하는 노동법 개정 여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코로나19 위기의 한복판이기 때문에 그런 논의가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고 답했다.
이 회장은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그는 “정부가 문을 닫아놓은 시장에 돈을 붓는 것은 브레이크와 액셀러레이터를 동시에 밟는 것과 같다”며 “어려운 사람을 지원해야겠지만 나눠주기식 재정지출은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날 소주성특위 측은 재정을 확대해야 한다며 이 회장과 상반된 목소리를 냈다. 홍장표 소주성특위 위원장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적극적인 재정 활용은 재정여력 여부를 불문하고 세계 각국의 공통된 흐름”이라며 “우리나라는 주요국 대비 우수한 재정여력을 활용해 적극적 재정정책 기조를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회장도 “디플레이션 위협이 사라질 때까지 재정정책을 확장적으로 운영하고 그것을 통화정책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조지원기자 세종=박효정기자 j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