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은행이 소리 없이 ‘인력 격변의 시대’를 맞고 있다. 모바일뱅킹을 이용하는 사람이 늘고 인터넷은행이 약진하며 비용절감 차원에서 지점이 빠르게 줄고 있다. 이에 따라 인력도 급감하고 기존 직원들은 재교육이 한창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 국내 영업점포 수는 지난 2015년 9월 말 3,950개였지만 올해 6월 3,430개로 1년에 100개 이상씩 사라졌다. 2015년 9월 국내 총임직원은 6만5,202명이었지만 2018년 9월 5만7,602명으로 3년 만에 7,600명이 줄었다. 통계 개편 이후를 보면 2018년 12월 6만1,642명에서 올해 6월 6만614명으로 1년 반 사이에 추가로 1,000명 넘게 줄었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지만 희망퇴직을 받고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4대 은행은 지난해보다 45% 줄어든 1,054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한 금융지주의 인사담당 부사장은 “인터넷은행이 대출 금리를 연 3%로 준다고 하면 우리는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도 최저가 3.5%”라며 “인터넷은행은 점포도 없고 직원도 많지 않아 한 해 인건비 등 예산이 1,000억원대에 불과한 반면 은행은 수조원에 달해 금리를 더 낮게 하려고 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여기에 인공지능(AI)이 빠르게 고도화하면서 기존 은행원이 하던 예금·대출·상담 등의 업무도 대체하고 있다. 그는 “결국 점포 축소, 총인원 감축 등으로 비용을 줄이고 있다”며 “그래도 사람과 사람 사이 신뢰가 필요한 기업금융, 자산관리(WM) 인력은 앞으로도 필요하다고 보고 관련 직무로 직원들이 전환할 수 있게 재교육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노조는 ‘정년 65세’ 카드를 들고 나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금융노사는 노조 요구인 정년연장을 임금체계 개편과 함께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기존 은행이 이미 인터넷은행보다 경쟁력이 뒤진 상황에서 호봉제를 유지하며 정년까지 연장하면 결국 비용만 크게 늘 것”이라며 “청년채용도 줄이고 기존 밥그릇만 공고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