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상수지가 지난 5월 이후 4개월째 흑자를 내고 있지만 수출과 수입이 동반 감소하면서 나타나는 ‘불황형 흑자’가 지속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석유제품·자동차부품 수출이 직격탄을 맞았을 뿐 아니라 국내 기업의 해외현지법인 배당소득도 급감했다.
8일 한국은행의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8월 경상수지는 65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전월(74억5,000만달러)보다 소폭 줄었고 전년 동월(48억6,000만달러) 대비로는 증가했다. 경상수지는 코로나19 충격으로 4월 33억3,000만달러 적자를 낸 뒤 5월 이후 4개월 연속 증가했다. 경상수지는 국가 간 상품·서비스 수출입과 함께 자본·노동 등 모든 경제적 거래를 합산한 통계다.
경상수지가 늘어난 것은 수출과 수입 차이를 나타내는 상품수지가 70억1,000만달러로 지난해 11월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출과 수입은 모두 6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수출과 수입은 각각 406억7,000만달러, 336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0.3%, 17.3%씩 줄었다.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둔화하되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크게 줄면서 발생하는 ‘불황형 흑자’라는 분석이다. 수출은 석유제품(-43.9%), 자동차부품(-26.1%) 등이 줄었고, 수입은 원자재를 중심으로 감소세가 지속됐다.
다만 한은은 불황형 흑자로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성호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우리나라 수입액의 절반이 원자재인데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이 우리나라 경제에 꼭 부정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원유 가격 하락이 경상수지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비스수지 적자는 8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적자 폭이 7억6,000만달러 축소되면서 경상수지 개선에 기여했다. 여행수지는 4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적자 폭이 5억1,000만달러 줄었고, 운송수지는 3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흑자폭이 3억6,000만달러 확대됐다.
본원소득수지는 전년 동월(20억2,000만달러) 대비 3분의1 수준인 6억3,000만달러에 그쳤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국내 기업의 해외현지법인 경영상황이 나빠져 이익을 송금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배당소득수입은 9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월(26조1,000억달러) 대비 큰 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 유출입을 나타내는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48억4,000만달러 늘었다.
한은은 8월 제시한 올해 연간 경상수지 전망치 540억달러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위해서는 9~12월 210억달러 흑자를 내야 한다. 한은 관계자는 “통관 기준으로 9월 무역수지가 88억8,000만달러로 굉장히 높은 수준을 기록한 만큼 이 상태가 유지된다면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