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들의 원유 상품 쏠림 현상이 6개월 만에 재연되고 있다. 단기 급락에 따른 반발 매수세에 인플레이션 기대가 더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원유 관련 상품에 다시 자금이 몰리고 있다. 개인투자자는 10월 들어 KODEX WTI 원유 선물(H) ETF 69억원, 삼성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 ETN 60억원, 신한 레버리지 WTI 원유 ETN 49억원, 미래에셋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 21억원, TIGER 원유선물 ENHANCED (H) ETF에 14억원 등 22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개인들이 유가 상품 매입에 나선 원인으로는 우선 급락에 따른 저가 매수 심리가 꼽힌다. 지난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허리케인·파업 등으로 40.2달러에서 37.3달러로 7% 이상 급락하자 반등을 기대한 개인 자금이 몰린 것이다. 실제로 이후 지난 7일에는 39.95달러에 장을 마감하며 일부 회복하기도 했다.
인플레이션 기대가 커진 점 역시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설문조사를 통해 집계하는 일반인 기대 인플레이션은 5~6월 1.6%로 최저치를 기록한 후 지난달에는 1.9%까지 상승했다.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 기대가 커지면 원유 가격도 같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다. IBK투자증권이 과거 기대인플레이션 반등에 접어든 5차례(코로나19 포함) 국면에서 △국내 휘발유 가격 △금 현물 가격 △한국주택매매가격지수 △코스피 △한국채권종합지수 등 5가지 자산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휘발유 가격의 상승률은 두 차례는 1위, 두 차례는 2위를 차지했다. 박옥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국면을 분석한 결과) 휘발유 가격은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국면 초기에는 상대적으로 부진했으나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상승률이 높았다”며 “휘발유가 소비자물가지수의 주요 품목인 만큼 기대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음을 감안해야겠지만, 내년 물가 상승을 가정했을 때 아직 회복세가 더딘 원유의 투자 매력이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과거와 다른 양상이 펼쳐질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4월에는 유가가 하락하자 개인들이 섣불리 저점 매수에 나섰다가 유가가 마이너스 전환하며 대거 손실을 보기도 했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까지는 적어도 18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며 “여기에 미국 대선에서 현재 여론대로 신재생 에너지 정책에 우호적인 조 바이든이 당선된다면 유가 하방압력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