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유치집행 건수는 3만5,320건이었다. 지난 2018년 3만5,835건에 이어 2년 연속 3만5,000건을 넘어섰다. 올 들어 7월까지 유치집행 건도 2만5,568건에 달한다. 해마다 수만명이 벌금을 내지 못해 유치장으로 향하는 셈이다. 그러나 생계형 범죄자를 구제하기 위해 2018년 1월 도입된 벌금형 집행유예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벌금형 집행유예는 도입 첫해인 2018년(1월7일~12월31일)에 913건을 기록했다. 2019년 1,695건으로 늘었지만 같은 해 유치집행의 4.7% 수준에 불과하다. 올해도 6월까지 법원의 벌금형 집행유예 선고는 776건에 그쳤다.
2015년 말 국회 문턱을 넘어 2018년 1월부터 시행된 형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은 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대해 집행유예가 가능하도록 했다. 생계형 범죄자를 구제하자는 취지라 장발장법으로 불렸으나 실제 선고는 한 해 유치 건의 2~4%에 그치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게다가 법원이 도입 이후 3년 동안 벌금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사례 가운데 폭행을 비롯해 성범죄·마약 등 혐의까지 포함돼 있어 ‘죄질에 따라 예외를 둬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법원에서 받은 벌금형 집행유예 자료를 서울경제가 분석한 결과 지난해 폭행 혐의(상해와 폭행의 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에 대해 벌금형 집행유예 선고가 내려진 사례는 304건으로 전체의 5분의1(17.93%)에 달한다. 2018년의 경우 913건 가운데 폭행 혐의는 160건으로 17.52%다. 성범죄 혐의(강간과 추행의 죄,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성 풍속에 관한 죄,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에 대해서도 2018년과 2019년 각각 32건, 47건의 벌금형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또 사기와 공갈의 죄, 협박의 죄 등 혐의도 벌금형 집행유예가 선고된 사례는 2018년과 2019년 각각 77건, 111건을 기록했다. 심지어 지난 3년 동안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벌금형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사례도 9건에 달한다.
김 의원은 “형벌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벌금형의 집행유예가 한층 늘어나야 한다”면서도 “단순 절도 등 생계형 범죄에 대해서는 충분히 벌금형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게 바람직하나 성범죄나 폭행 등 죄질이 좋지 않은 혐의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는 게 입법 취지에 맞다”고 지적했다. 피의자에게 씻을 수 없는 아픔을 남길 수 있는 폭행이나 성범죄 등은 장발장법에 따른 구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