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4분기 ‘어닝 시즌’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실적 개선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가 나란히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출발한 3·4분기 어닝 시즌은 수출 호조와 원자재 가격 하락, 수요 확대 등에 힘입어 정보기술(IT)·자동차·화학 등 전통적인 대형가치주를 중심으로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달 미국 대통령 선거 전까지 불확실성이 국내 증시를 억누르겠지만 기업들의 호실적이 증시 변동성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30개 기업의 올해 3·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 총액은 27조5,750억원으로 전 분기(18조5,940억원)보다 9조원(48.3%) 가까이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볼 때도 30%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12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전년 동기보다 58% 이상 영업이익이 늘었고 D램 가격 하락의 여파를 맞은 SK하이닉스(000660)도 올해 3·4분기 영업이익이 1조3,017억원으로 예상돼 지난해보다 175%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LG화학(051910)은 실적에 대한 자신감에 12일 사상 첫 영업이익 잠정치를 발표하겠다고 나서면서 ‘어닝 서프라이즈’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으며 지난해 3·4분기 품질 이슈로 영업이익이 3,000억원대에 머물렀던 현대차(005380)도 1조원이 넘는 이익이 예상되고 있다.
증권사들이 전망하는 올해 3·4분기 실적도 대부분 지난해와 비교해 개선되는 모양새다. 하나금융투자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사의 3·4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19%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대신증권은 코스피 상장사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2.2%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증권도 코스피 영업이익 전망치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 정도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은 지난 2018년 3·4분기 이후 처음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증가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증권사의 경우 실적 시즌을 앞두고 대체로 연초에 세운 전망치를 내리는 경향이 많지만 올해 3·4분기 실적 시즌을 앞두고서는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실적 발표 시즌을 앞두고 과거와 달리 3·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상승 중”이라며 “일반적으로 연초 기대감을 반영해 높게 설정된 이익 전망치가 실적 발표를 앞두고 하향 조정되는 것과 다른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적 개선세는 대기업에 집중되는 모습이다. 증권사들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를 바탕으로 올해 3·4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상장사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한국전력(015760)·SK(034730)하이닉스·신한금융지주·KB금융(105560)지주·현대차·SK 등 총 7곳으로 전 분기(4곳)보다 배로 늘었다. ‘1조 클럽’ 기업의 증가가 무조건 전체 상장사들의 이익 확대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증권가에서는 어느 정도 관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2017년에는 분기 평균 7.25곳이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섰지만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된 지난해는 평균 5.25곳,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올해는 상반기까지 4곳 정도였다. 이 때문에 ‘1조 클럽’ 증가세가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바닥을 치고 ‘턴어라운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키우는 모양새다.
특히 현대차와 SK 등 제조업 기반의 대기업과 한국전력이 다시 1조 클럽에 가입한 것은 의미가 있다. 이들 대기업의 실적 개선이 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선전은 코로나19 영향에서 가장 빨리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는 중국 경기가 살아나면서 수출이 전반적으로 증가한데다 저유가 등에 따른 원자재 가격 하락, 기존 비대면 관련 수요가 꾸준히 증가한 것이 실적 개선에 힘이 됐다는 분석이다.
모든 기업의 실적이 좋은 것은 아니다. 정유·건설·유통업 등은 3·4분기에도 여전히 의미 있는 실적 개선이 어려울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여기에 더디기만 한 경제 회복은 기업 실적 개선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주력 산업인 반도체·IT·자동차 업종의 선전은 다음달 미국 대선을 앞두고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증시에 ‘방패’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실적 회복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실적 턴어라운드 업종과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유동성 장세에서 펀더멘털 장세로 변화하고 있어 기업들의 실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3·4분기 실적 발표가 본격화된다는 점에서 실적이 예상을 웃돌 경우 변동성 완화 기대를 높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