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인증서의 우월적 지위가 다음달 만료된다. 금융권은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인증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공공분야에까지 자체 서비스를 적용하기 위해 보안성과 편리성을 높이는 작업에 한창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자체 인증서비스 중 KB국민은행의 ‘KB모바일인증서’가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KB모바일인증서는 지난해 7월 출시 이후 현재까지 사용자가 500만명을 넘었다. 인증서를 발급받으면 보안카드나 일회용비밀번호생성기(OTP) 없이 금융거래가 가능하다. 기존 공인인증서와 달리 유효기간도 없어 매년 재발급받고 금융기관에 등록하는 절차도 필요 없다. 인증서를 발급받고 1년간 사용하지 않으면 자동 폐기돼 도용될 위험성도 줄였다.
KB모바일인증서는 행정안전부가 공공분야 전자서명 확대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의 후보사업자이기도 하다. 고객 수는 적지만 보안성과 서비스 확장성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KB금융은 오는 15일 출시하는 KB페이가 서비스 영역을 확대할 경우에도 KB모바일인증서를 적극 활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향후 공공분야에도 도입된다면 홈택스 연말정산 간소화, 정부24 등에서도 쓰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은행은 8월 모바일 플랫폼 ‘하나원큐’를 개편하면서 은행권 최초로 자체 ‘얼굴인증 서비스’를 도입했다. 인공지능(AI) 얼굴인식 스타트업인 메사쿠어컴퍼니와 함께 개발한 시스템으로, 휴대폰 기종에 관계없이 인증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강점이다. IBK기업은행도 지난해 5월 모바일뱅킹 앱 ‘i-ONE(아이원)뱅크 2.0’을 출시하면서 자체 인증 서비스를 선보였다. 공인인증서 없이 여섯 자리 비밀번호만으로 금융상품 가입, 계좌 이체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다른 은행들은 대부분 자체 인증이 아닌 지문, 홍채, 얼굴 형태 등을 이용하는 바이오 인증과 기존의 공인인증서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은행권과 은행연합회가 통합 인증 플랫폼으로 제작한 ‘뱅크사인’은 새로운 전기를 앞두고 있다. 2018년 공동 인증 서비스로 출시했으나 개별 은행의 홍보 부족 등에 영향으로 뱅크사인은 가입자가 30만명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뱅크사인은 올해 말 금융결제원으로 사업권이 넘어갈 예정으로 금융결제원은 자신들의 역량을 더해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공인인증서의 우월한 법적 효력을 지닌 전자서명법이 개정됨에 따라 12월부터는 공인·사설인증서 차별 없이 다양한 전자서명 서비스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