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배터리 사업 분사를 앞둔 LG화학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본업인 석유화학제품의 시황이 호조를 보인데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 성장세까지 뒷받침되면서 ‘깜짝 실적’이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LG화학은 역대급 호실적을 바탕으로 이달 말로 예정된 분할 주주총회 대응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LG화학은 12일 지난 3·4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7조5,073억원과 9,021억원으로 1년 전보다 각각 8.8%, 158.7%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증권가의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자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실적이다. 직전 매출 최고치는 지난해 4·4분기의 7조4,510억원이고 영업이익 최고치는 석유화학 호황기였던 2011년 1·4분기의 8,313억원이다. LG화학은 당초 이달 말 3·4분기 실적을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30일로 예정된 분할 주총 일정 등을 고려해 2주가량 앞당겼다.
업계는 전체 영업이익 9,021억원 중 7,000억원 안팎이 석유화학 사업에서 나온 걸로 추정하고 있다. 주요 제품의 시황이 유례없는 호조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이 세계 시장 1위인 고부가합성수지(ABS) 스프레드(제품가 원재료 간 가격 차)는 톤당 1,000달러를 넘어섰다. 연초만 해도 톤당 400~500달러이던 데서 2배 가량 벌어진 것으로, 이는 10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스프레드 확대는 영업이익률 개선과 직결된다. LG화학은 연간 204만톤 규모의 ABS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단일 제품 기준으로 생산량(연간 240만톤)이 가장 큰 에틸렌의 스프레드도 3·4분기 평균 톤당 790달러로, 1·4분기(731달러)와 2·4분기(588달러)보다 확대됐다. 이밖에 니트릴라텍스(NBL), 폴리염화비닐(PVC), 폴리프로필렌(PP) 등 여타 주력 제품 시황도 강세를 보였다.
앞선 2·4분기 1,555억원 규모 영업이익을 냈던 전지 사업부문에서도 3·4분기에 비슷한 수준의 이익 기조를 이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관심이 큰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도 직전 분기의 흑자 흐름이 유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성장성이 큰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LG화학은 오는 30일 임시 주총을 열어 배터리 사업 물적분할 안건을 처리한다. 분할 기일은 오는 12월 1일이다. LG화학이 3·4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분기 실적 공시를 2주 가량 당겨 잠정 공시한 것 역시 주총 일정을 고려한 조치로 업계는 보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배터리 사업을 분할하면 존속법인인 LG화학의 기업가치가 떨어진다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LG화학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신설 배터리 법인을 LG화학의 자회사로 두면 향후 시설투자를 위한 투자금 유치 등에 더 유리하고, 이는 모회사인 LG화학 주가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