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하루에 반짝 급등한 종목은 한 달 뒤에는 오히려 저조한 수익을 거둘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간 내 높은 변동성을 보이며 시장의 이목을 끄는 데 성공한 종목은 투자자의 추격 매수를 이끌지만 고평가된 주가가 이내 정상가격으로 회귀하면서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주가가 하락한다는 설명이다.
12일 한국거래소,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올 8월 한 달 동안 일간 수익률 상위 5위 이내에 든 종목의 70%가량이 지난 9월에는 마이너스 수익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8월 거래일별 수익 성과가 월등했던 83개 기업 중 56개 기업(67.47%)이 다음달인 9월 한 달간 주가가 떨어졌고 이들의 평균 낙폭은 16.51%로 계산됐다. 9월에도 상승 추세를 이어간 기업은 26곳이었으며 1곳의 주가는 동일했다.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8월(총 20거래일) 거래일마다 수익률을 기준으로 줄 세웠을 때 상위 5위 안에 든 100개 기업(중복 제외 시 83개)이 조사 대상이다.
8월10일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로제네카가 SK바이오사이언스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을 맡긴다는 것 등이 호재가 돼 SK디스커버리는 상한가로 직행했다. 하지만 이후 추가 주가 부양 재료가 나타나지 않고 오버슈팅한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SK디스커버리는 9월 17.44% 밀렸다. 이외에도 8월 중 눈에 띄는 오름폭을 기록한 스페코(013810)(-27.15%), 동일고무벨트(163560)(-26.06%), 종근당바이오(063160)(-20.02%) 등이 저조한 성과로 투자자를 울상 짓게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로또급’ 수익률로 시장을 주목시킨 급등주가 미래에도 우수한 성과를 내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장구 KAIST 경영공학부 교수는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유의미한 ‘일간 승자·패자 효과’가 나타남을 증명한 논문을 8월 한국증권학회지에 게재했다. ‘일간 승자·패자 효과’는 일간 수익률이 상위나 하위를 기록한 종목이 그다음 달에는 저조한 수익 성과를 내는 것을 말한다. 강 교수는 2000년 1월부터 2017년 8월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보통주를 표본으로 삼아 일간 급등락 순위권에 오른 종목의 다음달 주가를 추적했다. 그 결과 일간 수익률 상·하위권에 모두 이름 올린 적 있는 종목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는 월평균 -1.43%이라는 부진한 성과를 기록했지만 급등락 종목에 포함된 적이 없는 포트폴리오는 양의 수익(0.86%)을 냈다. 일간 상승률 상위·하위 포트폴리오 각각의 수익률은 -0.63%, -0.33%였다.
과대평가된 주가가 정상가격으로 회귀하는 과정을 밟는 것이 낮은 수익률로 이어진다는 해석이다. 상한가 등 극단적인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은 화제를 일으키며 시장 참여자의 거래를 부추기지만 결국 고평가된 종목은 적정가를 되찾아가기 마련이라는 얘기다. 특히 급등락 종목을 주로 거래하는 주체는 개인투자자이며 외국인·기관 투자가는 해당 종목에 대한 거래를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강 교수는 “일간 승자·패자 효과의 원인은 투자자의 많은 관심을 받으며 과대평가되기 때문”이라며 “주의를 끄는 종목·정보를 바탕으로 투자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향은 개인에게서 강하다”고 밝혔다. 이어 “승자나 패자가 아닌 종목을 매수하는 전략이 좋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