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10월호’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국세수입은 192조5,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7조원 줄었다. 국세 수입 진도율은 최근 5년 평균 대비 2,4%포인트 낮은 68.8%를 기록했다. 3대 세목 중 소득세를 제외한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감소 폭이 컸다. 기업들이 상반기 실적 또는 전년 실적으로 법인세를 중간 예납하는 달로 올해 법인세 추이를 가늠할 수 있는 8월에 9,000억원이 감소했다. 올 상반기 정유화학 등 주요 업종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기업 중간예납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누적으로 법인세 수입은 41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조6,000억원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주로 내는 부가가치세 수입은 전년동기 대비 4조원 감소한 45조8,000억원을 기록했고, 수출입이 줄어든 여파로 관세 수입은 1조1,000억원 감소한 4조4,000억원이었다. 세수여건이 크게 나빠짐에 따라 4·4분기 재정지출까지 영향을 미칠지 우려된다.
1~8월 총수입은 317조8,000억원, 총지출은 388조7,000억원으로 통합재정수지는 70조9,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전년 동기(49조5,000억원) 대비 2배가량 껑충 뛴 96조원으로 사상 최대다. 중앙정부 채무는 794조1,000억원까지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기업규제 3법 같이 기업을 옥죄는 규제로 법인세수 감소 추이가 더욱 가팔라 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업이 고용 감축 등에 나설 경우 소득세 등 여타 세수까지 감소하는 악순환을 야기시킬 수 있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투자나 고용은 소득주도성장 등으로 2~3년전부터 악영향을 받은데다 이번 코로나19로 더욱 큰 영향을 받은 측면이 있다”며 “현 정부 들어 분배에 힘을 주는 정책을 하다 보니 성장에 악영향을 주고 있으며 결국 경제 정책 방향의 문제 ”라고 지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악화로 세금은 덜 걷힌 반면 정부의 씀씀이는 커지면서 8개월 만에 나랏빚이 100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나라 곳간에 비상등이 켜지자 정부는 이를 관리하기 위한 재정준칙을 발표했지만 국회 반대로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 12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10월호’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국가채무(중앙정부 기준)는 사상 최고치인 794조1,000억원으로 800조원에 근접했다. 중앙정부 채무는 지난해 말 699조원에서 8개월 사이에 95조1,000억원 불어났다.
이는 국세수입이 줄어든 반면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로 총지출은 급증한 결과다. 올 들어 8월까지 국세수입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조원 줄었는데 법인세 급감의 타격이 컸다. 8월까지 법인세 수입은 전년 대비 14조6,000억원 감소한 41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법인세 중간예납이 크게 감소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중간예납은 올해 법인세를 미리 내는 제도다. 기업은 지난해 실적 또는 올해 상반기 실적 중 하나를 기준으로 세금을 분납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기업들의 상반기 실적 악화가 법인세 수입 감소에 반영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규제 3법’ 등으로 법인세수 감소폭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업의 실적 부진은 가계소득 감소로 이어지며 향후 소득세수까지 흔들 수 있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 교수는 “8월 소득세 수입이 2,000억원 늘기는 했지만 코로나19 추이에 따라 기업이 고용을 줄이고 임금을 줄이면 결국 소득세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뿐 아니라 지난 2~3년간 소득주도 성장 등으로 기업의 투자와 고용 여건이 악화해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데 이를 막기 위해 막대한 재정지출이 수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청년 일자리 창출 지원 등 코로나19발 고용 충격 완화를 위한 지출이 늘면서 정부 총지출은 388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조8,000억원 증가했다. 통합재정수지는 70조9,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48조5,000억원 늘어났다.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전년 대비 46조5,000억원 늘어난 96조원에 달했다.
세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지출이 늘어나면 빚을 낼 수밖에 없지만 정부는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4차 추가경정예산안까지 반영하면 국가채무는 846조 9,000억원으로 불어난다. 홍우형 한성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의무지출 비중 증가로 가만히 있어도 총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그런 상황에서 이렇게 총지출을 늘려놓았으니 재정적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국가부채가 증가하는 암울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기재부는 재정건전성 관리를 강화할 필요성에 5일 ‘한국형 재정준칙’을 발표했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조차 반발이 거세 국회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기재부는 오는 2025년 회계연도부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60%, 통합재정수지를 -3%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은 이 기준이 재정건전성을 지키기에 역부족이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고 여당에서는 “왜 이런 시국에 재정준칙을 도입하려고 하느냐”는 분위기다.
한국재정학회장인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 교수는 “한국형 재정준칙에 실효성이 없고 이를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지도 의심스럽다”며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너무 빨라 기재부가 (재정준칙 입법 여부와 관계없이) 당장 내년 예산부터라도 재정적자와 채무를 적극 줄이겠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종=양철민·박효정·하정연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