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공항 면세점 시대’가 빠르게 저물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면세점 매출이 급감하자 치열한 입찰 경쟁은커녕 수차례 유찰 사태가 벌어지며 체면을 구기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6개 구역의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한 입찰이 13일 마감된다.
하지만 입찰 참여 의사가 있으면 전날까지 먼저 내야 하는 참가 신청서를 제출한 사업자는 2곳에 그쳤다. 지난달 입찰 때와 마찬가지로 참여업체가 적어서 경쟁 입찰이 성립하지 못해 사실상 유찰된 것이다. 이에 따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해외 여행객의 주머니를 열게 만들었던 공항 면세점 인기가 이처럼 시들해진 데는 표면적으로는 코로나19의 영향이 크다. 여행객 급감으로 면세점 매출이 추락했기 때문이다.
다만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이 몇 개월 안에 나오면 내년 하반기에는 해외여행이 정상화될 가능성이 있으나 그렇더라도 공항 면세점이 과거와 같은 영화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변화는 국내 면세업계의 ‘큰 손’인 중국인 보따리상은 주로 시내 면세점을 이용하는 가운데 내국인의 온라인 면세점 선호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에 온라인 면세품 구매 비중도 커졌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은 24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매출 비중은 시내 면세점과 온라인 면세점, 공항 면세점이 5대 3대 2 수준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한 면세업체 관계자는 “중국인 보따리상이 대부분 이용하는 시내 면세점의 비중이 가장 크다”며 “해외여행에 나선 내국인들의 온라인 구매 선호로 온라인 면세점 매출 비중이 공항 면세점보다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공항 면세점의 입지는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시내 면세점에서 번 돈으로 공항 면세점의 적자를 메우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공항 면세점은 여행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곳에 있어 업체들이 철수하는 극단적 상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유찰 문제도 업체 요구대로 임대료 부담이 작아지면 해결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한 면세업체 관계자는 “(여객 증감률에 연동해 조정되는) 최소 보장액이 여전히 높다”며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도 모르는데 안 그래도 공항 적자를 시내 면세점으로 메우는 상황에서 이런 리스크까지 떠안고 싶지는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임차료 구조를 ‘매출액 대비 몇 퍼센트’로 정해 부담을 덜어줬으면 하는 것이 업계의 바람”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