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은행의 대출창구 모습. /연합뉴스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도 고신용·고소득자 중심으로 신용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앞서 카카오뱅크와 KB국민·우리·하나은행이 일제히 신용대출 금리를 올리고 한도를 낮춘 데 이어서다. 급증세를 보여온 신용대출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갈 것을 우려한 정부가 은행들에 ‘관리 강화’를 주문한 데 따른 결과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오는 19일부터 전문직군의 소득 대비 신용대출 한도를 기존 300%에서 200%로 축소할 예정이다. 다만 전문직 세부업종별로 2억~3억원 수준인 신용대출 절대 금액 한도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모든 직장인이 아닌 일부 전문직 대상 신용대출에 한해서만 한도를 축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전문직 종사자가 받을 수 있는 1인당 마이너스통장(유동성 한도대출)의 최고 한도도 1억원으로 신설한다. 이제까지는 업종별 신용대출 상한만 넘지 않으면 별도의 한도를 두지 않았지만 이번에 마이너스통장에만 적용되는 한도를 새로 만들었다.
NH농협은행도 일부 신용대출 상품의 한도와 금리를 조정했다. 농협은행은 12일부터 금융기관 종사자 대상 신용대출 상품인 ‘금융리더론’과 의사 등 전문직 대상 ‘슈퍼프로론’의 한도를 기존 최대 2억5,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축소했다. 비대면 간판 신용대출 상품인 ‘올원직장인대출’의 우대금리도 0.1~0.2%포인트 추가 축소한다. 그만큼 최종 금리는 올라간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 증가세가 가팔라진 데 따른 속도 조절 차원”이라고 말했다.
최근 주요 은행들은 일사불란하게 신용대출 조이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주요 타깃은 고소득·고신용자다. 앞서 하나은행은 간편하고 빠른 절차로 ‘컵라면 대출’이란 별명까지 얻은 주력 비대면 신용대출 ‘하나원큐’의 한도를 8일부터 최대 2억2,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축소했다. KB국민은행도 지난달 29일부터 최대 4억원이었던 ‘전문직 신용대출’의 한도를 2억원으로, 3억원이었던 ‘KB직장인든든신용대출’과 ‘KB스타신용대출’의 한도를 각각 2억원, 1억5,000만원으로 줄였다. 우대금리도 0.1~0.15%포인트 깎았다.
이런 은행권의 움직임은 신용대출 폭증세를 두고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자체 관리 노력’을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고소득자의 거액 신용대출이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묶인 주택 시장으로 우회해 흘러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실제 금융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중순 금융위에 “신용대출을 통해 부동산 대책 효과를 하락시키는 행위를 조치하라”고 직접 지시했다. 이후 금융감독원과 금융위는 은행 신용대출 증가세에 대한 구두경고 수위를 높이고 은행별 관리계획을 제출받는 등 압력을 강화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도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는 불가피하지만 부실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고소득·고신용자에 대한 신용대출 위주로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은 금융당국의 관리 강화 주문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