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 e커머스 업계의 화두는 단연 네이버 쇼핑이다. 네이버는 불과 수년 만에 공정위가 시장 지배력을 논할 정도로 몸집이 커졌다. 하지만 기존 e커머스 업계가 네이버 쇼핑보다 더 촉각을 세워야 할 문제가 있다. 바로 올해 8월 공포된 ‘신용정보법 시행령’에 따라 마이데이터 사업자도 아닌 이베이코리아·11번가·인터파크 등이 고객들의 ‘주문 내역’ 정보가 신용 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금융사를 비롯한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에게 제공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쌓아온 영업 정보가 눈앞에서 뺏길 판인데 시행령이 나온 지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진전된 것은 없다. 지난달 10일 금융위의 신용정보법 시행령 개정 관련 회의에 e커머스 업체들이 보이콧을 한 후 답보 상태이며, 오히려 최근 국정감사에서는 “데이터 경제를 위해 금융 정보와 비금융 정보를 모두 마이데이터 사업의 전송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식의 지적만 나올 뿐이다.
무엇을 샀는지가 개인의 신용을 판단할 때 정말 중요한 문제일까. 지난 12일 열린 개인정보보호법학회의 ‘영역별 개인정보 보호의 현안과 과제’ 세미나에서 이인호 중앙대 교수는 “주문 내역은 개인의 신용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정보로 봐서는 안 된다”면서 “주문 내역을 신용 정보처럼 규율한 시행령은 상위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권이 시행령 초안에는 없던 ‘주문 내역’ 정보를 신용 정보에 포함시킨 것은 금융권이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다른 마이데이터 사업자들과 비교해 쇼핑 등 정보의 불균형이 있기 때문에 이를 다른 e커머스 사업자들로부터 취득하겠다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금융권에서는 해당 데이터 소유에 대한 주체는 소비자이기 때문에 자신의 주문 내역을 공유하기 싫은 소비자가 전송 요구권에 대해 동의하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해당 데이터를 수집하고 보관·관리해온 e커머스 업체들의 기술적 노력은 배제돼 있다.
주문 내역 논란은 네이버 쇼핑보다 기존 e커머스 업계에 더 큰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 논의가 수면 위로 오를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일방적인 데이터 제공에 대한 불평등한 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지금이라도 더 크게 내야 한다. 그래야 안 뺏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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