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광물자원공사가 ‘자원개발 진행사업 현황’ 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매각을 지시한 파나마 구리광산의 현재 가치가 10억달러를 넘는 등 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 정부의 일괄적인 해외사업 매각 방침을 둘러싼 논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파나마 구리광산의 가치는 정부가 2년 전 매각 방침을 굳혔을 때보다 1억달러 이상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앞으로 구리 가격 상승에 따라 더욱 몸값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광물공사가 보유한 마다가스카르의 암바토비 니켈 광산 역시 자산 가치는 물론 전략 광물로서 갖는 안보 가치도 증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미국과 중국·일본을 선두로 각국이 전략자원 확보에 나서면서 광물의 중요도가 제고된 데 따른 것이다. 부실 사업으로 낙인 찍혀 처분 대상에 올랐던 해외자원개발 프로젝트들의 진가가 재조명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광물공사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라도 일괄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방침이지만 사업성이 증명된 광구에까지 구조조정의 칼을 들이미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 상황은 미래를 위한 ‘자원개발 투자에 적기’라는 관측이 적지 않아 정부가 거꾸로 가는 정책을 고집하기보다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에너지 업계를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다.
희소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각국의 움직임이 가시화하면서 광물의 가치는 더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세계 최대 코발트 업체인 중국 화유코발트는 지난 5월 인도네시아 니켈 채굴 사업에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며 적자를 보이는 일본 스미토모 역시 암바토비 지분을 늘리면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맞물려 자원 보유국들의 보호무역 흐름까지 나타나고 있어 자원안보 역량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인도네시아는 올해 1월 정광수출 금지조치를 단행했고 코발트 보유량이 많은 콩고는 자원 수출국에 대한 세금을 두 배 올려잡았다. 익명을 요구한 자원개발 전문가는 “일본이 지난해 반도체 소재 수출을 규제했던 것처럼 자원 부국으로 올라선 중국이 전략자원을 무기로 삼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흐름에도 정부는 광물공사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모든 해외자산을 매각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광물공사의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공사의 올해 부채는 6조9,635억원에 달하고 자본잠식 규모는 3조534억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공사의 재무건전성을 우선 회복한 뒤 민간업체를 중심으로 다시 자원개발 사업에 나서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하지만 성공 가능성이 극히 낮은 자원개발 사업의 특성을 감안할 때 이미 경제성을 확보한 광구를 파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해외 자원개발 혁신 1차 태스크포스(TF)에 참석했던 한 전문가는 “한국은 자원 빈국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다시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숱한 실패 끝에 겨우 경제성을 확보한 광구를 찾았는데 당장 급하다고 버리는 게 맞을지 의문”이라고 조언했다.
시장에 내놓은 지분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암바토비 사업의 경우 국내 기업이 지분 인수를 하지 않는다면 결국 경쟁국인 일본이나 중국 기업이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냈던 한 인사는 “광물공사의 자산을 국내 민간기업이 매수하면 큰 문제가 없지만 자원개발 사업의 리스크를 감당해낼 만한 국내 기업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광구를 매각하더라도 제값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 큰 폭의 재무구조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광물공사는 지난해 코브레파나마를 매각하기 위해 본 입찰을 진행했으나 해외 업체들의 ‘가격 후려치기’로 유찰됐다. 정부가 자원 공기업이 보유한 해외자산 전부를 매각하라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입찰 참여사들이 너도나도 낮은 가격을 써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마저 계속 악화하자 에너지 시장에서 ‘큰손’이 사라져 제값을 받기는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헐값에 판다 한들 향후 수익원이 사라지는 터라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광물공사는 중장기 재무 관리방안에 “자산 매각 완료 후에는 자체 수익원이 없는 산업 진흥기관”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적시했다. 돈을 벌기는커녕 남은 부채에 대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좀비 기업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광물공사의 한 전임 사장은 “해외자산도 부동산과 마찬가지여서 매각 시점을 잘 따져봐야 한다”면서 “(글로벌 경기가 침체한) 현 상황에서 매각을 서두르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