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과 의료기관·요양시설 등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시행된 첫날인 13일 아침 출근길. 서울 지하철에 탑승한 시민들은 대부분 코까지 완벽하게 가리고 마스크를 올바르게 착용한 모습이었다. 보건당국에서 인정하지 않는 망사형 마스크나 밸브형 마스크를 쓴 사람은 찾기 힘들었다. 다만 일부 승객들은 여전히 코와 입을 제대로 가리지 않은 채 마스크를 턱에 걸친 일명 ‘턱스크’ 상태로 개찰구를 통과하는 모습이 심심찮게 목격됐다. 하지만 일부 지하철역에서는 이를 제지하는 단속요원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오전8시부터 1시간 동안 서울경제 취재진이 잠실역 내 승강장을 지켜본 결과 5명의 승객이 코를 드러낸 채로 지하철에 탑승했다. 직장인 이모(27)씨는 “급하게 뛰어오느라 숨이 차서 잠시 마스크를 살짝 내렸다. ‘턱스크’가 과태료 대상이 된 것을 모르고 있었다”며 바로 마스크를 고쳐 썼다.
개정된 감염병예방법이 이날부터 시행되면서 대중교통·의료기관·요양시설의 이용자나 종사자, 집회 참석자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위반 당사자에게 최고 10만원, 관리·운영자에게는 최고 300만원까지 과태료가 부과된다. 망사형·밸브형 마스크나 스카프 등은 인정되지 않고 마스크를 썼더라도 입과 코를 완전히 가리지 않으면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정부가 한 달간의 계도기간을 두기로 함에 따라 실질적인 과태료 부과는 다음달 13일부터 시작된다.
또 다른 마스크 의무화 적용 대상인 병원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잘 지켜지는 편이었다. 서울 마포구의 A내과의원에는 오전10시께부터 20명의 환자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환자가 마스크를 잠시 벗고 물을 마시려 하자 병원 관계자가 “물은 밖에 나가서 드셔야 한다”고 알리기도 했다.
다만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했는지 실시간으로 단속하는 역무원은 찾기 힘들었다. 4호선 사당역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한 남성이 옷자락을 손으로 여미고 입과 코를 가린 채 개찰구를 통과하는 모습이 포착됐지만 이를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는 계도기간인 만큼 이날 역무원과 시민 간의 큰 충돌은 없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지하철 1~8호선에서 마스크 착용을 둘러싼 큰 실랑이는 보고된 게 없다”고 말했다.
마스크 미착용에 따른 과태료 부과 조치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 시민 대상 홍보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이날 대다수 지하철역과 병원 등에서는 과태료 부과와 관련된 안내문구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4호선 인덕원역에서 만난 김모(61)씨는 “과태료가 부과되는지 몰랐다”며 “이렇게 홍보가 잘 안 되는 상황에서 갑자기 과태료를 내라고 하면 시민 입장에서는 황당할 것 같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측도 “오늘부터 계도기간인데 단속의 주체가 누구인지 아직 이야기를 들은 게 없다”고 전했다.
서울시 등 당국은 다음달 과태료 부과가 본격 시행되면 서울교통공사 소속 지하철보안관들을 중심으로 집중 단속에 나설 방침이다. 신고가 들어온 경우 역무원이 현장에 가서 중재하고 과태료 부과 조치를 내리게 된다. /한민구·김태영·심기문기자 1min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