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재계 '사내유보금 과세' 폐지 나섰는데 민주노총 "세율 높여 기금 만들자" 주장

재계 "일몰 적용해 폐지" 입장

勞는 "노동자 기금법 제정"요구

노사단체 갈등 불가피할 전망

김재하(왼쪽 두번째)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코로나19 경제위기 빌미로 한 구조조정 반대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김재하(왼쪽 두번째)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코로나19 경제위기 빌미로 한 구조조정 반대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업이 투자·임금·고용·상생에 사용하지 않고 남기는 소득에 추가 과세하는 ‘사내유보금 과세’제도에 대해 민주노총이 세율을 올리고 대상도 확대하자는 주장을 내놓았다. 추가로 거둬들인 재원으로 기금을 조성해 국가가 제공하는 공공일자리를 만들자는 구상이다. 경영계는 사내유보금 과세제도가 대기업이 아닌 중견기업의 부담만 늘리고 있다며 입법 당시 계획대로 일몰제를 통해 올해 폐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과 민중공동행동 등 진보단체는 13일 국회 앞에서 ‘사내유보금 환수 노동자기금법 제정운동 선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민주노총은 국민의힘 중심의 노동개혁에 반대하는 성격임을 분명히 하며 “자본이 쌓은 거대한 부의 사회적 환수를 요구하는 것은 생존 그 자체의 문제로 사내유보금 환수 및 노동자기금법 제정 운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의 세율을 높이고 대상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는 기업의 투자·임금·고용증가·상생지원 등이 당기소득의 일정액에 미달할 경우 사내유보금으로 간주해 법인세에 추가 과세하는 제도다.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 때인 지난 2014년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의 주도로 입법됐다. 정권교체 이후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투자·임금·배당 중 투자와 임금의 면세 가중치를 높이고 상생기금 등에 투자하는 경우도 면세대상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됐다. 예정대로라면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일몰될 예정이지만 정부와 민주당을 중심으로 2년 연장하는 안이 추진되고 있다.





민주노총 등 진보단체들은 투자·임금 등으로 사용되지 않은 소득에 부과하는 세율을 20%에서 25%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세대상 기준도 자기자본 5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넓혀 ‘대기업’ 기준을 상호출자제한대상 기업집단에서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바꾸는 안이 포함됐다. 민주노총은 30대 그룹에서 60대 그룹으로 대상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렇게 확보된 재원으로 ‘노동자기금’을 만들어 공공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구상이다. 백종성 민중공동행동 재벌체제청산특위 간사는 “오는 11월 노동자대회 때 결의대회 등으로 입법 운동을 알리고 이후 시민사회단체와 입법청원 추진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경영계는 계획대로 폐지를 주장해 노사단체 간 갈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7일 발간한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 연장 시 문제점 검토’라는 보고서에서 기업 수익을 가계소득으로 전환하는 정책적 목적이 달성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로 걷힌 돈은 8,544억원인데 이 중 대기업 그룹인 상호출자제한기업의 부담은 28.4%에 불과했다. 71%는 중견기업 이하의 회사에 부담을 주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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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도 2016년 533억원에서 2017년 4,279억원으로 크게 늘었고 지난해의 경우 8,544억원에 달했다. 결국 투자와 고용창출의 목적으로 만든 세제가 국가 세수만 채우고 있는 셈이다. 경영계는 규제 완화와 노동시장 유연화가 담보되지 않으면 투자확대와 고용창출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 결국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는 노동개혁 논의와 맞물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잠잠했던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사갈등도 표면화하고 있다. 이날 한국노총은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 인상이 기업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발주한 연구용역을 중단해야 한다며 항의 공문을 발송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영세사업장을 중심으로 타격을 주고 있다는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최저임금 차등화’를 노동계가 원천 차단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한다.

세종=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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