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이미 1,000만명이 넘는 유권자가 대통령 선거 투표를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뜨거운 사전 투표 열기에 일부 지역에서는 유권자가 투표를 위해 10시간 넘게 기다리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선거 데이터를 분석하는 비영리단체 미국선거프로젝트(U.S. Elections Project)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 기준 미국 38개 주에서 총 1,055만 5,935명의 유권자가 조기 현장·우편을 통해 선거를 마쳤다.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비슷한 시기(10월 16일)의 사전투표 인원(약 140만 명)보다 7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단체는 우편 투표와 관련한 통계가 다른 주에서 추가로 보고되면 숫자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알렸다.
오는 11월 대선의 대표적인 경합 주로 꼽히는 미시간의 사전투표 열기가 가장 뜨거웠다. 미시간에서는 전날까지 총 96만 5,542장의 우편 투표 용지가 회수됐다. 우편투표를 신청한 유권자 중 34.6%가 이미 투표를 마쳤다는 의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음성 반응을 보인 후 가장 먼저 찾은 또 다른 경합 주인 플로리다에서도 이미 96만 5,542장의 투표용지가 회수됐다. 우편투표 신청자의 29.9%에 달하는 수준이다.
예상대로 민주당원이 사전투표 돌풍을 이끌었다.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등 8개 주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민주당원의 우편투표 용지 회수율은 11.4%로 공화당(8.1%)보다 앞섰다. 전체 우편투표 용지 회수율인 8.9%도 웃도는 수치다. 앞서 AP통신 등 유력 매체들은 사전 투표가 확대될 경우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그동안 저조한 투표율을 기록했던 계층의 투표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12일 사전투표가 시작된 조지아주의 투표소 앞에는 투표에 참여하려는 유권자가 길게 줄을 이루는 모습이 연출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 지역 유권자들은 새벽부터 투표소 밖에서 줄을 서기 시작했으며, 일부 유권자는 투표를 위해 10시간 넘게 기다리기도 했다. 오래 기다리던 사람들은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줄은 선 채로 피자를 시켜먹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이날 트위터에는 투표소 앞의 긴 줄을 담은 영상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영상 속 유권자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으며, 방역 당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일정한 간격을 두고 줄을 서 있었다.
다만 사전투표 진행 방식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졌다. 공화당이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와 프레즈노·오렌지 등 최소 3개 카운티의 교회나 총기 판매점 등에 사전투표 투표용지 수거함을 설치하자 주 선거 및 사법 당국이 불법이라며 오는 15일까지 철거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며 재선 도전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이 조작 가능성을 주장하며 우편투표를 공격해온 가운데 투표용지 수거함 논란이 앞으로 법정 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