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임대차 3법의 각종 피해를 온몸으로 겪고 있다. 그는 기존에 거주하던 서울 마포구 전셋집에서 쫓겨나 ‘매물 절벽’의 전세 시장을 헤매는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매각하려던 의왕 아파트 또한 임대차 3법 때문에 계약금을 배액 배상할 처지다. 임대차 3법으로 인해 ‘집주인’과 ‘세입자’ 입장에서 겪을 수 있는 모든 피해를 받고 있는 것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홍 부총리의 의왕 아파트 매각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해당 아파트에 거주하던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겠다고 하면서 계약이 어그러진 것이다. 그는 앞서 8월 초 보유하고 있던 의왕시 아파트(전용면적 97.1㎡)를 9억2,000만원에 매도하기로 했다. 하지만 계약 당시 집을 비워주기로 했던 임차인이 이사 갈 전셋집을 찾지 못했다며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다.
이 때문에 매수인은 잔금을 치르기 위한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앞서 정부는 6·17 대책을 통해 규제지역 내 위치한 주택의 담보대출을 받으려면 6개월 이내 해당 주택에 입주하도록 했다. 즉, 세입자가 집을 비워주지 않으면 주택 매도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에 홍 부총리가 계약 파기의 책임을 지고 계약금을 배액 배상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처럼 매매 문제로 골치를 썩히고 있는 홍 부총리는 현재 ‘전세 난민’이기도 하다. 기존에 거주하던 마포구 아파트에 집주인이 입주하겠다고 하면서 새로 전셋집을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춘 가운데 전셋값은 억단위로 급등하는 상황이다.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홍 부총리 부부의 사진과 함께 “마포구 집주인 여러분, 홍남기 부부 얼굴 봐두세요. 전세계약하러 오면 잘 좀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각종 부동산 규제의 부작용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그의 상황을 비꼰 것이다.
홍 부총리의 비극은 정부의 각종 부동산 대책과 궤를 같이 한다. 문제의 중심에 선 ‘의왕 아파트’를 팔게 된 계기 또한 정부가 다주택 관료들에게 ‘주택 처분’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그는 의왕 아파트 외에도 지난 2017년 공무원 특별공급으로 받은 세종시 주상복합 아파트 분양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주상복합 분양권은 세종시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분양권 전매가 제한돼 분양계약을 해지하지 못했다.
한편 홍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새로 전세를 구하는 분의 어려움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전셋값 상승요인에 대해 관계부처 간 면밀히 점검·논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