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전세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추가 대책을 예고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규제 일변도의 정책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충고하고 나섰다. 현재 전세난의 근본 원인이 정부가 수없이 쏟아낸 집값 대책에 있으므로 또다시 시장을 옥죄면 부작용만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언급한 지난 6월 말 이후 현재까지 주간 단위로 계속 상승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시장 동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홍 경제부총리는 전세시장과 관련해 “전셋값 상승폭은 점차 둔화되고 있지만 신규로 전세를 구하는 사람들의 어려움이 생기고 있다”며 “전셋값 상승 요인 등에 대해 면밀히 점검하고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전세난 대책을 또 한번 예고한 셈이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추가 대책으로 표준임대료 도입, 전월세 5% 상한 신규계약 적용 등 가격통제 카드를 또다시 꺼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 법은 이미 발의돼 있어 정부 여당이 임대차 3법과 마찬가지로 밀어붙인다면 즉각 시행도 가능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 같은 가격통제가 전세난을 심화시키는 부동산 대책의 연장선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규제를 풀어 시장에 전세 공급물량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더 센 규제책이 나오면 공급위축 현상이 커져 수요자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며 “오히려 양도소득세 인하 등 꽁꽁 묶어놓은 규제를 풀어야 시장 공급물량이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 역시 “정부가 주택 정책 기조를 허물지 않는 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강동효·권혁준기자 kdhy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