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14일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에서 ‘클린 네트워크’ 정책을 강조하며 우리 정부에 중국 통신기업인 화웨이를 배제하라는 압박을 가했다. 우리 정부는 “민간 업체가 판단할 영역”이라며 즉답을 회피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이날 이태호 외교부 2차관과 키이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차관이 수석대표로 참석하는 제5차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의를 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의 경제 협력을 논의했다.
미국은 이날 회의에서 ‘클린 네트워크’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우리의 협력을 당부했다. 클린 네트워크는 지난 8월 미국이 밝힌 정책으로 통신장비로부터 휴대폰 애플리케이션, 클라우드 서비스, 해저 케이블에 이르기까지 모든 정보기술(IT) 서비스 분야에서 중국 공산당과 기업의 개입을 끊어내는 계획을 말한다. 미국은 지난해에도 중국의 정보 감청 문제가 대두되자 6월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직접 만나 관련 문제를 논의하는 등 한국 통신사의 화웨이 장비 사용에 대한 압박을 가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여러 글로벌한 경제 안보 이슈와 5G 클린 네트워크, 기술이전 등에 대해 미국 측이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혔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지금 미국 측이 얘기하는 것은 특정 업체를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라면서 “우리 이동통신 사업자가 특정 업체를 사용하느냐 안 하느냐는 문제에 대해서는 관계 법령상 민간 기업이 결정할 사항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 이동통신시장에서 사용되는 5G의 보안상 우려에 대해서는 미 측과 긴밀히 협의해나가면서 미 측의 우려를 듣고 기술적인 사항에 협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우리 반도체 기업의 수출길이 막힌 것과 관련해서도 양국 정부는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공급을 제한하는 이 제재로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