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최장 기간 매도 랠리에 나섰던 개인투자자가 9거래일 만에 ‘사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시장은 개인의 매수 전환에도 불구하고 큰 폭의 하락세를 보여 최근 개인의 시장 영향력이 예전과 같지 않는 모습을 나타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개인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4,148억원 규모를 순매수했다. 이는 지난 6월 초 5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기록한 후 최장 기간 매도 행진 기록을 경신한 것으로 개인들은 8거래일 동안 무려 1조7,523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코스피는 개인의 매수세에도 불구하고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95억원과 3,761억원씩을 팔아치우며 이날 0.94%(22.67포인트) 하락한 2,380.48을 기록해 3거래일 만에 2,400선을 내줬다.
이날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전기·수소차 등 신사업에 이어 정의선 신임 회장 선임으로 체제 변화 기대감이 더해진 현대차(005380)(638억원)였다. 이외에도 최근 ‘물적분할’ 발표로 주가가 하락한 LG화학(051910)과 SK텔레콤을 각각 623억원, 374억원씩 순매수했다. 5,800억원 규모의 기술 수출로 주목받은 SK바이오팜(326030)도 391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그동안 매도했던 ‘KODEX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294억원 규모 순매수한 것도 눈에 띈다. 개인은 매도 랠리에 나섰던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코스피지수 상승폭의 두 배를 추종하는 ‘KODEX레버리지’를 244억원어치 팔았다. 지수가 2,400선을 기준으로 등락을 반복하면서 관련 ETF를 헤지 수단으로 활용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증시가 당분간 변동성 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주 미국 기업의 실적 발표, 미국 대선 토론 등 국내 증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들이 대거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임상 관련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높인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미국의 실적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유동성 장세에서 펀더멘털 장세로의 변화가 예상된다”며 “미국 증시에서 실적 개선 기대가 높은 종목군이 견고함을 보였다는 점을 고려해 국내에서도 이익 개선이 기대되는 종목군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