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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연애는 귀찮지만' 지현우 "현재를 즐기며 사소한 것에서 기쁨 찾고 싶어"

배우 겸 가수 지현우. / 사진=라이언하트 엔터테인먼트 제공배우 겸 가수 지현우. / 사진=라이언하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극 중에 나오는 모든 인물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했어요. 매회 내가 주인공이란 생각보단 나는 이야기에 속해있고, 내 위치에서 다른 친구들을 어떻게 부각시켜줄 수 있을지 연구하고 고민하게 되는 드라마여서 행복하게 마무리했어요”

지난 13일 종영한 MBC에브리원 ‘연애는 귀찮지만 외로운 건 싫어!’(이하 ‘연애는 귀찮지만’) 속 ‘차강우’로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은 배우 지현우를 서울 성수동에서 만났다. “한 분이든 두 분이든 보는 분들에게 위안이 되고 재미를 줄 수 있다면 괜찮다. 내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선 차분함과 평온함이 느껴졌다.


‘연애는 귀찮지만’은 연애는 하고 싶지만 심각한 건 부담스럽고, 자유는 누리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은 20·30대들의 한 지붕 각방 동거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 극 중 지현우는 천진난만한 소년과 든든한 남자의 매력을 넘나드는 정신과 전문의 ‘차강우’로 분해 ‘이나은’(김소은 분)을 비롯한 많은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뭇 설레게 했다.

많은 로맨스물들이 점점 자극적인 것을 반영하는 세태에서 ‘연애는 귀찮지만’만큼은 그렇지 않았기에, 지현우는 이번 작품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조미료처럼 자극적이면 입에서는 즐겁지만 속에선 더부룩하잖아요. ‘이번 드라마는 건강식이었으면 좋겠다. 심심할 수도 있지만 소화가 잘 되는 것을 드리고 싶다’는 마음이었어요”라며 전작들과의 차이를 설명했다.

/ 사진=라이언하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라이언하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지현우는 ‘차강우’에 몰입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밝은 캐릭터 이미지와 혼연일체가 되고자 스마일 표시나 굿즈(특정 상품)에 집착하기도 했고, 다른 로코물을 참고하며 강우의 매력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연구했다. 정신과 전문의라는 직업 특성을 섬세하게 표현해내기 위해 직접 정신과에 가서 상담을 받아보는 등 남다른 열의도 보였다.

“예전 영화지만 ‘브리짓 존슨의 일기’ 등을 보고 두 남자의 매력이 뭐가 다른지, 강우 역에 대입시키면 어떨지 생각해봤어요. 처음 정신과에 가서 상담도 받아봤는데 어떤 식으로 대화하는지, 분위기는 어떤지, 어떤 분들이 오시는지 관찰하고 싶었어요. 전문의들이 ‘나오기 전에 거울을 보며 웃는 연습을 한다.’고 얘기해주셨는데 그것도 생각보다 많은 도움이 됐죠.”

그는 ‘차강우’를 통해 스스로 위안을 얻기도 했다. 지현우는 “이번 작품을 통해 에너지를 많이 받았어요. 영화는 조금 무겁거나 깊은 느낌이 있는데 강우가 그런 느낌을 밝고 가볍게 만들어 줬어요.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고, 긍정적인 것을 보려 하고, 남한테 미소를 지어주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저도 개인적으로 도움을 받은 것 같다”며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강우가 나은에게 하는 대사 속에서도 힐링을 얻었어요. 그가 나은이에게 책이 안 팔릴까, 반응이 어떨까 미리 걱정하지 말라며 ‘꿈도 좋고 목표도 좋지만 지금을 즐겨라’고 말하는 대사가 있어요. 편집되긴 했지만 대사가 좋았어요. 어떻게 보면 저한테 하는 말 같기도 해서 몰입이 많이 됐었고, 공감도 됐어요.”

/ 사진=라이언하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라이언하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힐링을 준 대사만큼이나 김소은과의 베드신도 기억에 남았다. 지현우의 상반신 노출신과 베드신은 본방송 전부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20대 때 노출 신을 대하는 자세와 30대가 되어 노출 신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며 “과거 ‘배우가 몸까지 좋아야 돼?’라는 마인드였다면 지금 그는 배우로서 대본 속에 적힌 지문에 의무감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상대 배우 앞에서 옷을 벗은 경우는 처음이고, 수위가 제일 높았던 신이어서 알고 지냈던 소은 씨라도 긴장이 됐어요. 영화 ‘빛나는 순간’에서도 노출 신이 있어 홈트레이닝과 식단관리를 했어요. 이번에 느낀 거지만 몸이 세상에서 제일 정직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도 건강이나 컨디션을 위해서 어느 정도는 몸 관리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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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가면서 ‘배우’라는 타이틀에 대해 점점 무게감과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는 지현우. 그는 “어느 순간부터 ‘세상에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 작품이 나올 때도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작가·감독님과 수많은 스태프들의 수고로움이 있기에 가능해요. 그냥 일을 할 수 있는 것, 꾸준히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며 겸손함을 표했다.

“한 작품 한 작품이 다 쌓여서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아요. 잘 된 작품도 있고, 잘 안 된 작품도 있지만 안 된 작품을 통해 배운 것도 분명히 있죠. 신인 시절 ‘올드미스다이어리’의 경우엔 존재 자체만으로도 풋풋하게 봐주셨고 선배님들이 있었기에 연기를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제대로 열심히 해서 몰입하지 않으면 대중들은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현우는 최근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무소유, 금욕과 같은 반전 이미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그의 보금자리에는 TV·침대도 없었고, 철학적인 문구가 여기저기 가득했다. 그러나 어렸을 땐 TV를 너무 좋아해 편성표를 다 꿰뚫고 있을 정도로 TV 보는 게 낙이었다. 그러다 문득 TV에 중독된 자신을 보며 자제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

“생각이 바뀌면서 집안 환경도 달라졌어요. 여행하는 걸 좋아하는데 최소한의 것만 갖다 놓고 언제든 내가 떠날 수 있을 때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아직 스스로 어리다고 생각하는데 ‘마흔이 되기 전에 좀 더 열심히 살아볼까? 열심히 살려면 조금 자유로워야겠다’고 생각한 결과죠.”

/ 사진=라이언하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라이언하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마흔을 앞둔 미혼, 여유로움을 꿈꾸는 그에게 아직 결혼이란 선택지는 없어 보였다. 그는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지금 누구에게 버팀목이 될 수 있을까?’싶어요. 전 떠나고 싶을 때 떠나야 되는 사람인데 주변에 물어보니 그런 걸 이해할 사람은 없다고 하더라고요. 서로 보내줄 수 있는, ‘갔다와~’라고 제게 말해주는 그런 여성분이 있으면 결혼을 할 것 같아요”라고 웃었다.

고 2때 처음 연예계 일을 시작한 지현우는 올해 데뷔 17년 차를 맞았다. 많은 대중에게 연기자로 더 익숙하지만 그에겐 아직 음악에 대한 열정이 남아있었다. ‘사거리 그오빠’ 밴드로 음반을 준비 중인 지현우는 연기자로서 또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바람을 전했다. 다소 소박하게 들릴지 모르나 그 누구의 바람보다 진솔했다.

“연기자로서는 캐릭터로 보여주고 싶은 게 제가 지향하는 방향이지만 음악 하는 사람으로선 본인의 저, 원래 제 색깔을 표현하고 싶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음악을 했는데 음악은 제게 ‘꿈·희망’ 같아요. 미련이 계속 남아있어서 더 하고 싶고, 나중에 돌아봤을 때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지금은 우리 멤버들끼리 서로 의지하면서 뭔가 만들고 있기도 하고, 앨범적으로 성장하고 그 생활에 몰입할 수 있는 순간이 오면 좋겠어요.”

“또 오늘 하루를 좀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사소한 것에 대한 기쁨을 많이 찾고 싶어요. 20대 때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게 전혀 없었고, 30대 초반에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많았죠. 나를 찾아내려 과거 일들을 회상하다보니 안 좋아지더라고요. 지금 현재를 잘 즐기면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안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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