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유통업계 연말 인사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첫 인사를 단행한 이마트(139480)가 이커머스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강희석(사진) 이마트 대표가 오프라인 할인점 이마트 뿐만 아니라 온라인몰인 SSG닷컴 대표까지 겸임하며 온·오프라인 통합 수장이 됐다. 온·오프라인부문 수장을 통합해 시너지를 강화하고 온라인 쇼핑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신세계(004170)그룹은 15일 그룹 통합 온라인몰인 SSG닷컴 대표이사에 강희석 이마트 대표를 내정하는 등 이마트 부문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강 대표는 이마트와 SSG닷컴 대표이사를 겸직하게 된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통합수장으로 SSG닷컴에 힘을 실어 유통가 온라인 경쟁에 대비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이마트 구원투수로 영입된 강희석 대표는 취임 1년만에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통합 수장이 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할인점 실적 개선, 리뉴얼 등을 통한 경쟁력 강화 등의 혁신의 성과가 나타나면서 강 대표에게 더욱 힘을 실어주는 인사란 게 업계의 평가다. 이마트는 지난 9월 올 들어 최대 매출을 기록하는 등 코로나19속에서도 이마트 실적을 선방했다.
강 대표는 2005년 미국계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드컴퍼니 재직 당시 2014년부터 소비재·유통부문 파트너를 맡았고 2017년에는 미국 월마트의 컨설팅을 맡으며 국내외 대형마트의 생존에 대해 고민한 만큼 온·오프라인 통합수장으로 적임자라는 평가다.
특히 SSG닷컴은 유통가 온라인·배송 전쟁에서 신선식품 강화로 온라인 경쟁에서 주도권을 쥔다는 계획이다. SSG닷컴은 본격적인 성장을 위해 그로서리사업본부, 신사업본부, DATA·INFRA본부, 지원본부 등으로 조직 체계 전반을 재구축했다. 그로서리사업본부는 농축산 부문으로 이마트의 신선식품에 대한 노하우를 온라인에도 적용한다. 이마트 실적 개선을 이끈 곽정우 이마트 본부장이 SSG닷컴 그로서리사업본부장으로 옮겨 전무로 승진했다. 이마트의 SSG닷컴 신선식품 강화에 대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 SSG닷컴은 식품 비중이 지난해 41%에서 올해 2·4분기 54%로 증가하며 거래액도 매 분기 40% 이상의 고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별도 법인으로 출범 후 20% 안팎의 성장률을 이어왔지만 올해 비대면 소비가 폭발하면서 1·4분기 9,170억원(41%), 2·4분기 9,317억원(42%)의 거래액을 올렸다. 여기에 오는 12월 도입 예정인 오픈마켓 전환을 본격화하면 외형 성장은 물론, 수수료 및 광고 수익으로 적자 탈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신세계그룹 이마트 부문은 이번 인사에서 SSG닷컴, 이마트24, 이마트에브리데이, 신세계푸드 등 13개 계열사 가운데 절반가량인 6곳의 대표를 교체했다. 또 100여명의 그룹 임원 가운데 10% 가량인 10여명을 줄였다. 이마트에브리데이 대표이사에는 김성영 이마트24 대표이사, 이마트24 대표이사에는 김장욱 신세계I&C 대표이사가 자리를 옮겼다. 신세계푸드 대표이사에는 송현석 신세계푸드 마케팅담당 상무를 내정했다. 신세계I&C 대표이사에는 손정현 신세계I&C IT사업부장 전무, 신세계건설 레저부문 대표이사에는 이주희 전략실 지원총괄 부사장보를 선임했다. 신세계푸드의 경우 기존 제조서비스부문과 매입유통부문 양 대표 체제를, 단일 대표 체제로 재편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전략 기획 및 상품 개발 조직을 신설해 신사업 추진과 상품경쟁력을 강화하도록 했다. 이번 인사 배경에 대해 신세계그룹은 “어려운 경영 환경을 타개하고 그룹의 미래 준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최적임자를 엄선해 인사를 시행했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정기인사를 통해 이마트 할인점의 경쟁력도 강화해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시장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영업 환경 악화로 점포 통폐합에 나선 경쟁사와 달리 오프라인만의 ‘그로서리 경쟁력’을 강화해 할인점 개선 작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15일 단행된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에 MSV(Merchandising supervisor) 담당을 신설하고, 현재 4담당 체제인 판매담당을 5담당 체제로 확대했다. MSV는 점포에 입점하는 상품과 영업 표준을 관리하는 담당으로 기존 판매 담당에 속해있던 업무를 분리해 별도 조직으로 확대했다.
또 소형 점포를 관리하는 메트로(Metro) 담당을 신설해 전문성을 강화했다. 메트로 담당에는 PK마켓, SSG푸드마켓 등 이마트의 소형 점포들이 속하게 될 예정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할인점 경쟁력 강화 전략의 일환”이라며 “점포 상품 구색을 강화하고 입지별 특성을 살려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담당 조직을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마트는 점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올해 기존 점포의 30% 이상을 리뉴얼 하기로 결정했고, 지난해 조직개편을 통해 식품 담당을 강화한 바 있다. 기존 상품 본부를 식품 본부와 비식품 본부로 나누고 신선 담당을 2개 조직으로 확대했다.
온라인 쇼핑 성장에 치여 경쟁사 오프라인 할인점들이 폐점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오히려 기존 점포를 새롭게 뜯어 고쳐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효과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 말 대대적인 리뉴얼 후 다시 문을 연 서울 노원구 이마트 월계점의 경우 오프라인 할인점의 강점인 식품 부문(신선, 델리, 식당가 등)을 강화한 결과 매출이 리뉴얼 전 대비 30% 이상 뛰었다.
그 결과 지난달 이마트 할인점 총매출은 1조1,4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6% 늘어 올해 최고 매출액을 기록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할인점 성장률은 지난 2018년 3·4분기 이후 8개 분기 만에 처음으로 플러스로 전환했다”며 “할인점 개편의 효과가 이마트 전사의 실적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