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3법 등 정부가 내놓은 규제에 자승자박 신세가 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시장의 냉소와 조롱이 지속 되고 있다. 홍 부총리를 ‘청백리’의 상징으로 비꼬는 상황도 나온다.
16일 온라인 부동산 카페 게시판에 한 회원이 ‘일국의 부총리로서 청백리의 상징인 듯’ 이라는 글과 함께 홍 부총리의 사진을 올렸다. 임대차 3법 때문에 오도 가도 못한 홍 부총리의 신세를 ‘청백리’라고 비꼰 것이다. 그런데 댓글은 더 냉소적이다. 오히려 ‘세종에 분양권 있다던데 뭔 청백리‘ ‘재산 많은 데 뭘 걱정’ 등 홍 부총리를 청백리에 비유한 것에 대해 화가 난다는 댓글이 적지 않았다. 다른 회원은 ‘홍남기 부총리 전셋집 걱정’이라는 글에서 홍 부총리의 사진에 ‘전셋집 구해야 하는 데’ 라는 문구를 넣기도 했다.
이 외에도 홍 부총리 스스로 만든 정책에 본인이 걸렸다고 지적하는 글과 국토교통부가 ‘홍 부총리 방지책’을 만들겠다고 한 데에 불만을 표하는 글들도 다수 올라왔다. 사실 세입자가 말을 바꿔 문제가 된 사례는 적지 않았다. 집 주인들이 온라인 카페를 만들어 국토부에 집단 민원을 넣고 항의해도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홍 부총리의 사례가 알려진 이후 국토부가 제도를 개선하는 것을 놓고 ‘부총리가 당하니 정부가 움직인다’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홍 부총리는 의왕 아파트 매각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해당 아파트에 거주하던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겠다고 하면서 계약이 어그러진 것이다. 그는 앞서 8월 초 보유하고 있던 의왕시 아파트(전용면적 97.1㎡)를 9억2,000만원에 매도하기로 했다. 하지만 계약 당시 집을 비워주기로 했던 임차인이 이사 갈 전셋집을 찾지 못했다며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다.
이 때문에 매수인은 잔금을 치르기 위한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앞서 정부는 6·17 대책을 통해 규제지역 내 위치한 주택의 담보대출을 받으려면 6개월 이내 해당 주택에 입주하도록 했다. 즉, 세입자가 집을 비워주지 않으면 주택 매도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에 홍 부총리가 계약 파기의 책임을 지고 계약금을 배액 배상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처럼 매매 문제로 골치를 썩고 있는 홍 부총리는 현재 ‘전세 난민’이기도 하다. 기존에 거주하던 마포구 아파트에 집주인이 입주하겠다고 하면서 새로 전셋집을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춘 가운데 전셋값은 억단위로 급등하는 상황이다.
이에 온라인 부동산 카페에는 홍 부총리 부부의 사진과 함께 “마포구 집주인 여러분, 홍남기 부부 얼굴 봐두세요. 전세계약하러 오면 잘 좀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각종 부동산 규제의 부작용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그의 상황을 비꼰 것이다.
홍 부총리의 비극은 정부의 각종 부동산 대책과 궤를 같이 한다. 문제의 중심에 선 ‘의왕 아파트’를 팔게 된 계기 또한 정부가 다주택 관료들에게 ‘주택 처분’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그는 의왕 아파트 외에도 지난 2017년 공무원 특별공급으로 받은 세종시 주상복합 아파트 분양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주상복합 분양권은 세종시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분양권 전매가 제한돼 분양계약을 해지하지 못했다./양지윤·권혁준기자 awlkw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