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렘데시비르의 국내 부작용 보고 사례가 11건으로 확인됐다.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받은 ‘렘데시비르 부작용 보고 현황’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보고된 부작용은 간 기능 수치 상승 3건, 발진 3건, 심실 주기의 수축·두드러기가 각 2건, 구토 1건으로 총 11건이었다. 렘데시비르는 지난 6월 3일 특례수입이 승인돼 7월 1일 국내에 공급됐다. 이후 같은 달 24일에는 정식 품목 허가를 받았다. 허가 당시 코로나19 중증 환자의 회복 기간을 4일 정도 단축하는 효과를 냈다는 점 등이 임상적으로 높이 평가됐다.
식약처는 렘데시비르의 부작용에 대해 아직 중대한 사례는 없었으며, 보고된 부작용이 해당 의약품에 의해 발생했다고 확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 의원은 “렘데시비르의 안전성이 완전히 확보된 것이 아니며, 임상시험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투여 환자와 부작용 사례를 면밀히 추적검사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렘데시비르는 병원 62곳에서 코로나19 환자 600명에게 투여됐다.
한편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환자에게 미치는 효과가 거의 없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연구 결과도 나왔다. WHO가 입원 환자 1만1,266명을 상대로 진행하고 있는 ‘연대 실험’에서 렘데시비르가 환자의 입원 기간을 줄이거나 사망률을 낮추지 못했다. WHO의 연대 실험은 코로나19 치료제 후보군의 효능과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한 다국적 임상시험으로, 렘데시비르 외에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인 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 항바이러스제 인터페론 등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연구 결과 이들 후보군 중에서 코로나19 입원 환자의 생존에 크게 영향을 주는 코로나19 치료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코로나19 환자의 생존률을 높이는 치료제로서 일부 효능을 입증받은 제품은 스테로이드계 소염제인 덱사메타손이 유일하다. WHO는 지난 6월 보도자료를 통해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이 주도한 덱사메타손 임상 시험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며 환영의 뜻을 밝힌 바 있다. 다만, 덱사메타손의 경우 면역억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WHO 수석 과학자 숨야 스와미나탄에 따르면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는 지난 6월 이미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나머지 후보군에 대한 연대 실험이 30개국에 있는 병원 500여곳에서 진행됐다. 지난 3월부터 이달 초까지 WHO 연대 실험을 위해 렘데시비르를 투여받은 입원 환자는 2,750명에 이른다.
길리어드는 이달 초 코로나19 입원 환자 1,062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렘데시비르가 회복 기간을 5일 단축해줬다고 밝힌 바 있다. 연구 결과는 의학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실렸다. 지난 5월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주도한 임상 시험에서는 렘데시비르를 처방받은 실험군의 사망률이 위약을 투약받은 대조군보다 43%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렘데시비르는 같은 달 코로나19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으며, 이후 중증환자 치료에 사용됐다. 지난 2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월터 리드 군 병원에 사흘간 입원했던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 생명공학 회사 리제네론의 항체치료제 ‘REGN-COV2’, 스테로이드 소염제인 덱사메타손과 함께 렘데시비르를 처방받은 바 있다.
렘데시비르를 5일 치 처방받으려면 민간보험 가입자는 3,120달러(약 357만원), 공공보험 가입자는 2,340달러(약 268만원)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