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최근 10년 동안 35조4,000억원에 달하는 환손실을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은은 환손실을 손익으로 계상하지 않고 자체 회계규정으로 처리하면서 10년간 4조1,000억원에 불과한 순이익을 33조원이 넘는 것으로 공표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8일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한은이 공표한 지난 10년간 당기순이익은 약 33조원 수준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환율평가손익을 반영할 경우 한은의 실제 순이익은 4조1,000억원으로 급감한다.
일반적인 회계기준에 따르면 외화자산은 매년 환율변동에 의한 환율평가손익을 당기손익으로 인식해 이익이나 손실로 처리한다. 하지만 한은은 환율평가손익을 손익으로 계상하지 않고 ‘외환평가조정금(자산·부채 계정)에 쌓아두는 자체 회계기준으로 처리하고 있다. 따라서 10년 동안 35조4,000억원에 달하는 외환평가 손실을 기록하고도 순이익에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일반적인 회계기준에 따르면 외환 손익은 연말에 손실이나 이익으로 인식할 뿐 아니라 외국환거래법 시행령 제27조나 국가회계법에서도 외평기금은 외국환 평가손익을 결산기 평가손익으로 처리하도록 규정돼 있다. 정 의원은 한은의 회계처리 기준에 대해 “환율평가손익을 인식하지 않는 것은 일반적 회계기준이나 법령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한은은 자체 회계기준에 따라 “당행은 환율 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평가손익을 기간손익으로 인식할 경우 당행 수지 및 외환보유액에 급격한 변동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당행 회계기준에 따라 대차대조표 항목으로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 의원은 외환보유액이 달러화로 표시되기 때문에 손익으로 인식하더라도 영향이 없다고 꼬집었다. 정 의원은 “외국환 보유는 그에 따르는 외환평가손실, 외환거래 손실, 외환증가에 따른 원화 유동성 증가 등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며 “비정상적 회계처리를 통해 위험(손실)이 국민에게 알려지지 않고, 외환정책이나 재정정책 수립의 왜곡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