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솔로앨범 낸 김창완 “신작, 37년 전 ‘어머니와 고등어’ 들은 동세대에 띄우는 편지”

추억을 떠올리는 '노인의 벤치'

짧은 영화 한편 본듯 쓸쓸함 전해

중년된 그들의 경험·정서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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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것의 느낌이 가득한 솔로 앨범을 내놓은 가수 김창완은 “지금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성형주기자날것의 느낌이 가득한 솔로 앨범을 내놓은 가수 김창완은 “지금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성형주기자



‘시간은 모든 것에 무관심했지만 / 추억을 부스러기로 남겼지 / 가끔은 생각이 나, 지나온 날들이 / 그 시간들이 남의 것 같아’

가수 김창완(66)이 18일 발매한 솔로 앨범 ‘문(門)’의 타이틀곡 ‘노인의 벤치’에서, 남자는 벤치에서 여자를 만나 함께 앉아 주름을 보며 자신의 세월을 본다. 듣다 보면 지나간 추억을 떠올리는 노인의 시점에서 짧은 영화를 보는 듯한 그림이 그려진다. 젊은 층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쓸쓸한 정서지만 비슷한 경험과 정서를 공유할수록 더 강하게 다가올 부분이다. 타이틀곡 외의 다른 수록곡들도 비슷하다. 선공개 됐던 ‘시간’은 틀니의 위아래 위치를 헷갈리는 순간을 포착해 여러 소회를 풀고, ‘이제야 보이네’에서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린다.

김창완은 지난 1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앨범에 대해 “37년 전 발표했던 ‘기타가 있는 수필’을 들었던 제 팬들이나 그 세대들에 띄운 편지 또는 인사”라고 말했다. ‘기타가 있는 수필’은 밴드 산울림으로 음악활동을 하면서도 다른 멤버들의 사정상 홀로 활동하는 일이 잦았던 김창완이 1983년 낸 첫 솔로 앨범으로 ‘어머니와 고등어’가 유명하다. 그 무렵 발표한 동요풍의 ‘산 할아버지’, ‘개구장이’ 등을 들은 어린이들도 지금은 중년이 됐다. 그는 “‘기타가 있는 수필’ 같은 앨범을 늘 만들고 싶었다. 팬들도 오래 기다렸다”며 “그 앨범을 낼 때 20~30대였던 사람들에게 이번 앨범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던진 것”이라 했다.


두 앨범 사이에도 이어지는 고리가 있다. 37년 전 곡 ‘꿈’에서 동화 속 공주와 왕자가 나오는 세상을 경험하고 싶다고 했던 그는 ‘시간’에서 “왕자와 공주는 그 후로도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그게 다야”라고 말한다. 하지만 세상을 겪으며 자조하는 모습은 아니다. 도리어 ‘모든 눈물이 다 기쁨이고 이별이 다 만남이지’라며 순간순간이 중요하다고 전하고 있다.



"지금 그대로의 모습 보여주고 싶었다"
그는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여느 때보다 시간적 여유가 생겨 그간 발표해온 밴드 음악보다 ‘내 얘기’ 같은 음반을 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지금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이번 앨범은 과거 앨범들보다도 더 ‘날것의 느낌’이 가득하다. 의도적으로 그런 느낌을 살렸다. 전체 11곡 중 새로 만든 6곡은 모두 원 테이크로 한 번에 녹음했다. 걸린 시간은 불과 두 시간. 이전에 공개했던 곡들도 새로 매만지지 않았다.

완벽함, 완전성도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다 싶지만 순간을 포착했기에 완전해지는 것들이 더 소중했다는 설명이다. 김창완은 “사진작가 김영갑 씨가 제주도의 일출을 찍을 때 기회를 한 번 놓치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나는 다시 1년을 기다리기보다 순간의 모습을 포착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곡의 정서는 듣는 이에게 ‘훅 들어온다’. 언뜻 들으면 처져 있는 그림이 그려진다는 기자의 말에 김창완은 “가라앉은 분위기는 표피적인 정서일 뿐, 차분함 속에 훨씬 간절한 메시지를 담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타이틀 곡 ‘노인의 벤치’는 초저음의 목소리와 나지막한 기타가 쓸쓸한 여운을 길게 남긴다. 4분 넘는 곡에 ‘보고 싶어 어머니 / 보고 싶어 아버지’ 가사만 반복하는 ‘보고 싶어’에 깔린 기타 연주는 민요 ‘한오백년’의 멜로디다. 중간에 목멘 듯한 목소리도 들린다. 앨범의 첫 곡 ‘엄마 사랑해요’는 그의 어머니가 아침마다 습관처럼 체조 하던 걸 떠올리며 손 연습하듯 자주 연주하는 선율을 담았다. 곡을 들려줬을 때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그는 “이 음반을 녹음하면서 속으로 엄청나게 많은 눈물을 흘렸다”며 “깊은 감정이 전달되는 순간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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